한발 다가선 노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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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한 고비를 넘었다.

'고용조정법안 국회 강행처리 (국민회의)' '노사정 탈퇴 불사 (노측)' 운운하며 극한 대립을 보였던 노사정위는 하루만에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3일 오전 기초위가 한때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개회 10여분만에 정회되기는 했지만 회의장엔 전날과 달리 활기가 돌았다.

한국노총측도 정회 직후 바로 노사정위를 찾아 회의에 지장을 준 점을 사과하고 오후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자실에도 나타나 "국민회의의 중재안이 노동계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 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가 한국노총을 방문, 솔직한 얘기를 한 것도 큰 도움이 된 듯했다.

이 관계자는 "朴총재가 재벌개혁 의사를 명확히 했다" 며 "노사정위에 참여, 합의를 통해 개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고 밝혔다.

어느덧 노사정위의 관심은 언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회의장 주변에선 '노사정 전체회의' '양 노총의 대의원대회' '국무회의' 등의 개최 날짜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 노사정 합의안이 마련될 경우 관련되는 의결기구들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자체 회의를 갖고 합의.타결 권한을 박인상 (朴仁相) 위원장에게 일임했다.

19일 예정된 대의원대회도 앞당길 수 있도록 했다.

합의.타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셈이다.

국민회의측도 "이제 남은 것은 양 노총이 조직내 반론을 추스르는 일" 이라며 합의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한광옥 (韓光玉) 위원장이 "김대중당선자가 '인내를 갖고 합의를 이끌어달라' 고 당부했다" 며 국회 강행처리방침 철회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도 합의.타결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것 같다.

물론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민주노총의 향방이다.

민주노총은 자체 회의에서 국민회의 중재안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쟁점은 정리해고 요건이다.

또 민주노총의 주요 관심사중 하나인 공무원.교원노조 허용문제 타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경쟁관계가 불가피한 한국노총에 비해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불만도 있는 듯한데 그렇다고 향후 노조의 입지 강화를 보장하는 '안전판' 인 노사정위를 벗어나는 부담까지 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노사정위가 민주노총의 내부 의견조율을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5일까지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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