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밀려온 조기 유학생 귀국물결…귀국자녀 적응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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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름의 사정이 있어 유학을 보냈는데 귀국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귀국시킬 경우 학업을 잘 따라갈지도 큰 걱정입니다.”

2년전 아들을 뉴질랜드로 조기유학을 보낸 N씨 (49.경기도성남시분당구)가 20일 세한귀국자녀교육연구소 (대표 金喆泳)에서 열린 '귀국자녀학습교실' 에서 요즘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은 말이다.

최근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조기 유학중인 자녀를 귀국시킬 경우 적응문제가 의외로 심각해 '조기유학 U턴'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이혜숙장학사는 “요즈음 조기유학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하루 30여통 씩이나 걸려오고 사설 상담기관에도 하루 10여통 이상의 전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고 말한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조기유학생들의 U턴 문제가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만은 없는 교육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외환사정등 경제를 감안할 때 조기유학생 귀국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학교를 자퇴하고 유학중인 '일반 조기유학생' 숫자는 약 3만5천여명. 이들의 순수 유학비용만 약 5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부모 K씨 (44.서울송파구방이동) 는 “겨울방학에 일시 귀국했던 아이가 유학을 원해 일단 다시 영국으로 보냈지만 자금사정이 좋지않아 곧 귀국시켜야 할 것같다” 며 “많은 유학생 학부모들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있다” 고 말했다. 지나친 성적 (成績) 민감증으로 각종 치료까지 받다가 영국유학을 결정한 조기 유학생 학부모 J씨 (43.여) 는 “아이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에 초연해지고 안정을 되찾았는데 다시 입시위주의 국내 교육체제에서 병이 재발될까 두려워 귀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들이 귀국할 경우 학업과정 차이에 따른 학습문제와 학교생활 적응여부가 가장 심각한 현상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선후배간,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등 문화 차이로 인한 적응문제도 쉽지 않은 부분으로 추정된다.

간혹 귀국학생들에 대한 따돌림으로 자살한 사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이들 조기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할 것에 대비,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진도가 시원치 않다.

올 봄부터 초.중학교에 이들을 위한 '특별학급' 을 설치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주재원이나 외교관.교포자녀등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를 갖고있다.

특히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올해 부산국제고등학교가 개교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전무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S고교 L교사는 “조기 일반유학을 대학입시를 피하려는 '도피성' 으로 보는 것이 대다수 교사들의 솔직한 생각이고 그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 편입이 부담스럽다” 고 말한다.

교육청관계자도 학생들이 거주지에 따라 여러 학교로 배정돼 이들을 위해 별도의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조기유학 귀국학생 상담 전문가인 김철영 (金喆泳) 씨는 “이들을 수용할 수있는 전문 학교를 신설하고 많은 대학이 외국어 특차전형을 확대하는등의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고 대안을 제시했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관실 유은종 (柳殷鐘) 사무관은 "증가세를 보이는 귀국학생들의 해외경험을 유지.신장시키고 부적응 문제를 최소화 시킬 수 있도록 상담교사와 원어민 교사를 확보하는등 대책을 마련중이긴 하지만 올해안에 실현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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