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여성차별 피해사례…"수출담당자에 주차관리나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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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기업에서 24년간 수출업무를 담당했는데 난데없이 사표를 쓰라고 강요받았어요. 거절했더니 주차관리를 맡기더군요. " (金모씨.여.46) "17년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퇴직압력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텨왔는데 이번엔 아예 울산 업무지원팀으로 발령났어요. 말이 업무지원팀이지 그동안 본인 동의없이 지방으로 발령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나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朴모씨.여.36) 20일 오전 서울중구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 (공동대표 鄭康子)에는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지난해 12월부터 접수된 사례는 모두 70여건. 최근 들어 상담전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고용평등추진본부측 설명이다.

대졸 공채로 입사한 뒤 1년만에 결혼했다는 이유로 계열사 계약직으로 전출됐다 최근 정리해고당한 崔모 (27.여) 씨는 "내가 다니던 직장의 경우 정리해고된 인력의 과반수 이상이 여성이지만 정확한 기준을 알 수 없었다.

유일한 여자대리가 정리해고당하는 등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여성들이 특히 피해를 봤다" 고 말했다.

광고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던 李모 (26.여) 씨도 회사방침에 따라 일괄사표를 쓴 뒤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을 강요당한 경우. 李씨는 "정리해고당한 부서원 10명중 8명이 여성 (기혼 7명.미혼 1명)" 이라며 "담당 이사와의 개별면담에서 '부양가족이 없거나 맞벌이를 하는 여성이 우선 해고대상' 이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고 밝혔다.

고용평등추진본부 최명숙 (崔明淑) 사무국장은 "IMF 한파 이후 계약직은 물론 전문직 종사자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리해고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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