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 이성적으로 변해 6월 총파업 계획은 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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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임성규(53·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은 28일 “6월로 계획했던 총파업 방침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일선 사업장 노조)이 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임 위원장은 “현장의 분위기는 회사가 살아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이것을 나는 ‘이성적 변화’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력도 안 되는데 총파업을 남발하는 협박성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와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 달 14일께 정부에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담아 정부가 고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기능을 강화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현재의 노사정위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노동계를 들러리로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방만한 경영이나 노조와 사용자가 짜고 임금을 올리는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정규직의 양보도 호소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나 자본에만 뭘 내놓으라고 외칠 게 아니라 우리 내부를 향해서도 소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정규직이 양보하고, 그것이 취약 계층에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보장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6월로 계획된 총파업은 예정대로 하나.

“동력도 없는 총파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올해는 파업하기 쉽지 않을 걸로 본다.”

-현장(일선 사업장 노조)이 이성적으로 변한다는 게 뭔가.

“어쨌든 경제를 살려야 회사가 살고 임금을 받으니까. 현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임금이 깎였지만 파업투쟁을 한다고 임금이 올라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이성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억누르면 폭발할 것이다. 임금을 깎기만 하면 내수시장이 살아날 수 없고, 따라서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대화는 계속하나.

“5월 14일 정부에 교섭을 요청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안을 제시할 것이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깎아 전체 임금을 삭감하려는 식의 임기응변 정책으로는 경제위기를 뚫을 수 없다. 사회보장 정책 같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바람이 분다.

“지금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방향이 잘못됐다. 예컨대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를 통합하면 관리직 1000여 명이 준다. 그런데 이런 건 하지 않고 현장 직원이나 비정규직부터 자르려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이 누리는 복지를 사회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더라도 기업에 부담이 안 가게 해야 되고, 정규직이 양보한 것이 취약 계층에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보장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게 바로 기업 복지를 사회화하는 것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내년에 시행되는데.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게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그런데 선진국은 정부나 회사가 나서 노조가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그런 역사적 기반이 한국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자의 임금을 없애는 것은 노조 탄압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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