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해외서 호평받는 '금모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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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CNN과 MSNBC뉴스 등 국제 주요방송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미의 관심사로 다루고 있다.

이들 방송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함께 금모으기 운동도 반복해 톱 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금모으기에 대한 이들 방송의 보도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주초만 해도 금모으기.장롱속 달러바꾸기 운동에 대해 "저게 무슨 시장원리냐"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은 논조가 처음과 영 딴판이다.

인도네시아.태국의 정치.사회혼란과 비교할 때 정부와 국민이 단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서고 IMF의 권고도 적극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자본은 떼일 염려가 없는 쪽으로, 이자율이 높은 곳으로 흘러드는 게 변함 없는 생리다.

최근 홍콩에서 단기투기성 자금이 서울증시로 흘러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우려도 있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상황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투기성 자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또 민간부문의 해외차입에 대해 정부가 보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민간부문은 우리는 모르겠다" 고 선언한 태국.인도네시아와는 다르다.

이들 두 나라는 경제의 기둥인 화교자본이 홍콩.싱가포르쪽으로 자본유출을 시작해 외환위기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자카르타에 나와 있는 1만7천명의 한국 교민들은 모국의 외환위기 소식에 처음엔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남은행 조용원 (趙容垣) 자카르타지점장은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고 말했다.

한국은 일부 금융기관의 잘못된 투자로 태국.인도네시아에 1백억달러 이상이 물려 있다.

한푼의 외화도 아쉬운 마당에 한국은 여기서 물린 자금만큼 이중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원하지 않는 사이에 한국이 아시아 외환위기의 최후 보루가 된 셈이다.

趙지점장은 "금모으기 운동이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한국은 빌린 돈을 반드시 갚으려고 하는 나라' 라는 인식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에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본받아서인지 인도네시아도 10일부터 '루피아 사랑하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딸과 국회의원들이 줄을 이어 은행창구에 나와 보유달러를 팔고 루피아를 사들이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을 배우자는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이철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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