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찾아가 필요한 교육 탐색 … 한기대, 국내 기술 훈련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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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고려대를 졸업한 김정훈(28)씨는 그해 3월부터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에 있는 ‘KUT/삼성전자 첨단기술교육센터’에서 3개월간 기술연수를 받았다. 이 대학이 대졸 미취업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산업인력양성’과정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자동차 부품 분야 전기전자회로와 도면 해석 등을 체계적으로 배운뒤 외국계 전기·전자제품회사인 ABB코리아 전력사업부에 지원, 합격했다. 김씨는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을 배워 취업했더니 경력사원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에 설치된 첨단기술교육센터 강의실에서 삼성전자 등 기업체 소속 직원들이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천안지역 반도체 장비회사인 ㈜STS반도체 통신에 근무하는 한규돈(31)씨도 이 대학 첨단기술교육센터에서 최근 교육을 받았다. 반도체 센서 분야 제조 공정에 대한 3일 교육과정에 참가한 것이다. 한씨는 “기초분야에 부족했던 부분을 교육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교육내용이 실제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이하 한기대)가 국내 기술 훈련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2007년부터 3년째 현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기술과 지식을 리모델링해 주고 있다. 또 일자리를 잡지 못한 이공계 졸업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기술훈련은 대부분 2006년 3월 문을 연 KUT/삼성전자 첨단기술교육센터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한기대가 장소를, 삼성전자가 설비를 제공해 만들었다.

현업 종사자 리모델링 교육 프로그램 수료자는 지금까지 807개 업체에 5만7800여명에 이른다. 이가운데 대기업 종사자가 2만1000여명(36%)에 이른다.

이 대학 전운기 총장은 “교육센터는 모든 교육을 기업이나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 교육생에게 필요한 교육만 실시한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교육과정을 짜기 전 해당 업체를 방문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뒤처지는 분야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교육장비는 현업에서 사용 중이거나 향후 도입할 최신 기기들이다.

강사진은 전국의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151명의 강사 가운데 한기대 교수는 17명이고, 나머지는 다른 대학 교수, 기업체 임원, 민간연구소 연구원 들로 구성된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조 전문업체인 로크엘오토메이션 김준한(37)과장은 “첨단기술교육센터는 현장에서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에게 안성맞춤의 교육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이 2005년부터 운영하는 ‘이공계 미취업자 인력양성’사업에서는 해마다 150여명을 교육시킨다. 이 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나 충남도 등에서 5∼1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실시한다.

주요 기술교육내용은 ▶기계▶산업설비▶전기전자(정보통신) 등이다. 연수생들은 6개월간 이력서 작성 등 기본 취업교육부터 전문 기술교육까지 취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배운다.

이우영 산학협력단장은 “청년실업자는 많은 데 산업현장에서는 쓸만한 인력이 없는 산업분야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이수자 가운데 70%이상은 일자리를 찾았다.

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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