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화교 테러 빈발…경제위기속 "부독점"에 반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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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제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지역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계 화교 (華僑) 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폭력과 납치가 빈발하고 있어 동남아 화교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반둥시에서는 경찰의 불법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는 1천여명의 노점상과 주민들이 슈퍼마켓등 거리의 상점 유리창을 부수는등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의 주 대상이 됐던 곳은 인도네시아 부 (富) 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와 가라오케 등 유흥시설. 중국계는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최근 국가경제 사정의 악화로 빈부격차가 심화돼 이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감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환율위기가 시작되던 지난해 9월에도 술라웨시섬의 우중판당시에서는 아홉살난 여자아이를 포함해 2명의 회교도 여학생이 중국계 남자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분노한 주민들은 폭동을 일으켜 중국계가 소유한 가옥과 상점.차량 등을 무차별적으로 파괴.방화해 최소 2백50개소의 건물이 피해를 봤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2월초. 필리핀 남부의 화교재벌 존 고콩웨이의 사위이면서 명망있는 젊은 실업가인 왕후이런 (王惠仁) 이 괴한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랍후 수시간만에 인질범들과 경찰사이에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총탄세례를 받고 숨졌다.

인구 7천만명의 필리핀에서 화교는 불과 2% 미만인 1백30만명. 하지만 필리핀 역시 화교들이 전체 경제력의 50%를 차지해 이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감과 함께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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