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감기인줄 알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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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황모(27)씨는 열흘 전부터 쉽게 피곤하고, 식욕부진과 미열, 상복부 불편감이 있어 동네 개인의원에 갔다. 병원에서 감기 몸살 진단을 받고 3일간 약물치료를 했지만 증상은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개인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다음에야 간기능 수치가 정상의 10배 정도 올라간 ‘급성간염’ 상태임을 알게 됐다.

이후 한양대학병원을 찾은 황씨는 ‘급성 A형간염’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황씨는 매일 1~2ℓ 정도의 포도당 수액 및 간기능 개선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입원 6일째부터 매일 오르던 황달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피곤함 및 식욕부진 증상이 좋아져 입원 10일째 퇴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A형간염이 급증하고 있지만 감기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사망할 위험까지 있다고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A형간염 치료의 문제는 몸살감기와 유사한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초기 진단이 어렵고, A형간염 예방접종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왜 인지 못하나= 감기 환자에게 혈액검사를 권해 A형간염 여부를 진단하는 게 개인의원 수준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경기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이모 전문의는 “얼마 전에는 A형간염에 걸린 30대 젊은 여성이 동네병원에서 감기 치료만 받다 결국 사망했다”면서 “의사가 감기인 줄 알고 질환을 간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혈액검사를 권하지 않는 이상 초기에 A형간염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망까지 가나=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20~30대에서 유행하는 A형간염은 초기 증상이 몸살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제때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은 만성화되지 않고 예후가 좋지만, 간혹 간부전으로 악화돼 간이식을 받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고 말했다.

◇증상과 예방은=A형간염의 증상은 상당 부분이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더 지나면 소변색이 짙어진다.

임형준 교수는 “특히 A형간염 항체가 없는 환자의 가족 구성원은 미리 A형간염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게 좋다”면서 “그 외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질환 환자 등은 반드시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내과 전문의는 “지금 문제가 되는 연령층은 20~30대 성인인 만큼 항체 검사를 반드시 하고 항체가 없으면 예방접종을 통해 100%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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