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격탄 맞았던 ELS 발행액 조금씩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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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어느정도 줄어들면서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동하여 사전에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 최근 증권사들의 ELS 공모가 다시 늘어나고 발행액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발행액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ELS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ELS 발행액은 지난해 6월 3조원대 규모에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 11월에는 1000억원이 채 못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해 올들어 1월에 2000억~3000억원수준, 3월에 4000억~5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ELS 발행은 공모와 사모로 나뉘어진다. 때문에 전체 발행액 규모는 회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회사별 사모 발행액 규모를 어떻게 집계하는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LS 판매가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증시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기대 심리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증시가 살아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기대 심리로 ELS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종전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들어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투증권 등은 원금 보장되는 하한선인 하락배리어를 완화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ELS는 기초 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만기수익이 사전에 확정된다. 개별 증권의 가격 또는 주가지수를 대상으로 특별히 약정한 조건에 해당이 되었을 경우 확정된 금리를 지급한다. 투자 수익은 상품의 만기 혹은 투자 기간 중의 주가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 때문에 흔히 주식의 특징이 있으면서도 확정 수익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채권의 특징도 있다고 말한다.

ELS는 채권이나 예금에 비해서 수익률과 위험이 높고 주식에 비해서는 수익률과 위험이 낮은 상품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ELS는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손익 구조가 복잡한 편이다. 상품 내용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한 만큼 가입때 꼼꼼히 상품 구조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상품에 따라 원금과 수익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기 전에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으며 중도 환매시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 평가 가격이 변동성이 있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ELS 상품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상품 구조가 더 다양해지면서 그만큼 투자자들이 챙겨 보아야 할 것도 늘어나고 있다.

시중에 발행되고 있는 상품의 종류는 원금 보장 여부에 따라 크게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이 있다. 비보장형은 보장형에 비해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은 반면 손실을 볼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운용방식에 따라서도 상품 종류는 가지가지다. 최근에는 새로운 운용방식이 도입돼 종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 도입된 것을 보면 크게 스텝다운(Stepdown)형, 녹아웃(Knock-out)형, 불스프레드(Bull spread)형, 리버스컨버터블(Reverse convertible)형, 디지털(Digital)형 등이 있다. 이 중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스텝다운형과 녹아웃형이다.

스텝다운형은 수익 발생 조건의 행사 가격을 단계별로 낮추어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힌 상품이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원금 비보장형의 경우 스텝다운형이 많다. 녹아웃형은 투자 기간 중 한번이라도 미리 정해놓은 주가수준에 도달하면 확정 수익을 주는 구조다. 이 상품은 그러나 일반적으로 투자기간 중 주가지수가 정해진 수준까지 상승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만기시점의 지수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불스프레드형은 만기 시점의 주가 상승에 비례하여 수익을 주는 구조다. 최대 상승 한도는 가입시에 결정된다. 만기시점의 주가지수 상승률이 정해 놓은 수준 이상이면 계약한 금리를 지급하고 정한 수준 이하이면 주가 상승분만큼 금리를 지급한다.

리버스컨버터블형은 미리 정한 하락폭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약정한 수익을 주는 구조다. 디지털형은 만기 시점의 주가지수가 기준 지수보다 같거나 높으면 미리 계약한 금리를 지급하고 기준 지수보다 낮으면 일반적으로 원금만 지급한다.

삼성증권 상품지원파트 안병원 과장은 “최근에는 여러 증권사들이 조기 상환 가능성이 크고 손실 가능성을 줄여 안정성을 높힌 운용 방식의 ELS 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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