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개봉작 3선…'죽이는 이야기' '인연'약진…'편지'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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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가족과 떨어진 독신남.녀, 친구, 연인들. 위기의 시대, 우리 것을 살리자는 생각에서 한국 영화를 찾아보자.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제목부터 블랙코미디의 냄새를 풍기는 '죽이는 이야기' (여균동 감독) 는 가벼이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심각한 영화만드는 사람들의 고뇌를 녹여내고 있다.

달동네와 여관방의 배경과 인물들은 음란하고도 비비꼬인 현재의 우리 모습들을 기발하게 보여 준다.

영화광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신나는 연기로 까발리고 있기에 씹을수록 맛이 나는 영화에 속한다.

박중훈의 로맨틱 코미디 '인연' (이황림 감독) 은 질긴 운명과 애정관계를 싱긋이 웃으면서 즐길 만하다.

웃음의 요소들은 인연이 없는 남녀를 연결시켜주는 다소 어거지가 섞인 우연들이다.

숱한 해프닝과 우연들이 만든 관계가 어떻게 애정으로 결실을 맺게 되는 지 따져보는 것보다 박중훈과 그의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어정쩡하면서도 부담없는 시간을 즐긴다면 말된다.

전국에서 이미 1백만명 이상이 울어버린 영화 '편지' (이정국 감독) 는 IMF의 우울한 터널을 지나면서도 장수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이 영화 안보면 한국사람의 자격이 의심받는다” 는 '서편제' 의 대열에 오를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왜들 그렇게 울었는지, 세상 돌아가는것과 맞물려서 그런지 궁금하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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