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은 30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외상의 만남을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오부치 외상은 양국간 어업협정과 관련, "연내에 타결되지 않으면 파기하라는 내부압력이 상당히 많다" 는 으름장도 던지고 있는 인물. 金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한 그에게 금융위기와 관련한 일본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계속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 2년 전 金대통령의 기세등등함과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더 갑갑해 했다.
95년 11월 金대통령의 "문민정권의 당당한 도덕성에 입각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 는 말도 떠올렸다.
"식민지배시절 한국에 좋은 일도 했다" 는 에토 다카미 (江藤隆美) 총무처장관의 망언에 대한 분노였고, 당시 민주계 비서관들은 "문민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속시원한 공박" 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당시 외교전문가들은 이를 '허풍 외교' 의 전형이라고 걱정했다.
金대통령이 대일 (對日) 외교를 과거정권과의 차별화와 자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대상으로 삼는다고 꼬집었다.
지금 청와대 일각에선 金대통령의 실속없는 큰 소리가 대일외교의 흐름만 헝클어 놓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보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