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거세지는 IMF요구…"달러 들어올 곳 모두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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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개방요구가 갈수록 더 드세다.

한국정부가 대충 넘어가려 했던 사안들을 일일이 문제삼고 있다.

부실금융기관 문제가 대표적이다.

제일.서울은행에 대한 정부 현물출자는 일단 용인하되 내년 7월까지 민간에 되팔라는 것이다.

나머지 금융기관도 '부실' 낙인이 찍히면 정부가 합병이나 3자인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에다 못을 박으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해야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압력을 다각도로 쏟아놓고 있는 것이다.

IMF는 부실종금사 처리에 대해선 은행처리보다 더 강경하다.

자꾸 시간을 끌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경제원은 부실종금사 상당수를 조만간 폐쇄한다는 방침아래 실사작업을 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폐쇄 리스트 윤곽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허용을 머뭇거리는 점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이는 IMF가 이달초 협상때 끝까지 요구했던 것이다.

IMF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M&A에 나서지 않고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외국인자본을 적극 유치해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발상의 전환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IMF가 자주 하고 있다" 며 "조만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고 털어놓았다.

자본자유화는 상당히 진행된 부분이다.

그러나 IMF는 기업어음 (CP) 등 아직 개방이 안된 단기금융상품의 즉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금리가 높은 만큼 단기상품을 개방하면 달러가 상당히 들어올텐데 왜 과감하게 못푸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어서 내년초에 개방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IMF의 고금리 요구도 확고하다.

고금리를 유지해야 달러가 들어온다는 논리다.

연 20%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법정 최고금리를 40%로 묶은 이자제한법의 폐지도 강권했다.

때에 따라서는 금리가 50~1백%로 치솟는 것도 허용해야한다는 얘기다.

이 요구를 전해들은 국회의원들도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외국환관리법 폐지도 요구했다.

달러가 안들어오는 마당에 달러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막는 제도를 둬서는 곤란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폐지 수용을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달러가 자유롭게 들락날락하고 상업차관 규제 등도 모두 없어져 신용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달러를 끌어올 수 있게 된다.

달러가 급한 정부로서는 IMF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왕 풀 것이면 더 서둘러 풀어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현곤.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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