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세월 살던 엄마들 당당히 자아 찾아 현실 속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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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03면

가정의 주부로, 남편의 아내와 자식의 엄마로, 늘 드라마 속 조연에 머물렀던 아줌마들의 지위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주인공의 자리로 뛰어들면서 조금씩 현실감을 획득해 왔다.

아줌마 드라마 변천사

남편의 바람기에 울고 자식의 반항기에 속을 끓기만 하며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던 드라마 속 아줌마들은 황신혜 주연의 ‘애인’(1996), 원미경 주연의 ‘아줌마’(2000) 등을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 중 다가온 또 다른 사랑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남편의 바람에 맞서 가정을 깨고 나와 자신의 직업을 찾는 등 자아를 개척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아줌마 드라마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性)’이라거나, 막연히 불륜을 꿈꾸는 것으로 현실을 도피하는 수동적이고 두루뭉술한 아줌마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조강지처 클럽’은 남자들의 불륜에 맞서서 적극적인 복수를 꿈꿨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는 아줌마들의 세대에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줬다.

‘내 생애…’이나 ‘강남 엄마 따라잡기’ ‘워킹맘’에 이어 ‘내조의 여왕’까지 최근의 아줌마 드라마 대부분이 적극적인 불륜을 그리지 않더라도 은근한 남녀관계 속에 아줌마 주인공을 배치시키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결혼하고 나이 들더라도 여전히 여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묘사하는 점이 이전 세대의 아줌마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또 ‘내조의 여왕’이나 ‘강남 엄마 따라잡기’ 혹은 ‘워킹맘’ ‘천하일색 박정금’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아줌마들의 리얼리티가 그려지고 있는 점도 아줌마 드라마의 발전 방향을 보여 준다. 꼭 사장님이나 커리어 우먼과 같은 대단한 성공을 누리는 수퍼우먼형 주부가 아니더라도 아줌마들이 속한 다양한 커뮤니티와 직업들에 조금씩 눈길을 확대해 가면서 다양한 층위의 삶을 살고 있는 아줌마들의 현실 속 리얼리티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전 같으면 아줌마들의 극성스러움에만 초점을 맞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마련인 소재들을 채택해 그 속에서 긍정적인 아줌마의 이미지들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도 진화하는 아줌마 드라마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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