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 - 정부 - 대학 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마라톤하듯 인생을 사는 경영자이자 발명가. 그의 손을 거쳐간 아이디어는 연간 수천억원씩을 벌어들이는 신제품으로 둔갑하곤 했다. 그래서 ‘미다스의 손’이라고 한다. 현대중공업 민계식(67·사진) 대표이사 부회장(CEO·CTO)이다. 21일 ‘과학의 날’을 앞두고 울산 현대중공업의 집무실에서 만나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더 높일 수 있는지 들어봤다. 마라톤광인 그는 칠순 가까운 연령에도 활력이 넘쳤다.

-과학 입국을 위해 과학기술 수준을 어떻게 높여야 하나.

“교육계가 할 일이 많다. 대학의 역할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대학의 역할을 기초기술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본다. 대학은 창의적인 지식을 만들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지식의 전달은 학원에 가면 된다. 어느 한 대학 조선공학과의 경우 교수가 15명인데 연평균 논문 수가 0.5편이라고 한다. 나 혼자서도 매년 4편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기가 막힌다.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정부-대학 순이다. 학계가 제일 떨어진다. 대학에 갈 때면 경쟁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내가 반문한다. 기업의 경우 세계 일류상품이 아니면 내놓지 못한다. 학계에서도 세계 일류 논문을 내야 할 때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좌우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세계 일류 기업, 세계 일류 제품, 세계적 핵심 기술이 많아야 한다. 이 셋을 확보하려면 국가와 기업·대학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의 경우 미국 포춘지 글로벌 500대 기업에 많이 들면 된다. 현재 12개 정도 포함돼 있다.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다. 그 다음에 일류 제품이 많아야 한다.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일류 제품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27개, 삼성전자는 25개, LG전자는 12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류 기술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세계 석학들이 미국 과학재단(NSF)과 함께 산업별로 세계 핵심 기술 99개를 선정했는데 한국은 한 가지도 들지 못했다. 일본이 2007년에 세계 과학기술 평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100점 만점에 미국 92점, 일본 83점이었는데 한국은 7점에 불과했다.”

-제조업 공동화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제조업은 한 나라의 산업 기반이다. 우리 회사의 방책이 제조업 공동화를 해결하는 모델에 일조했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의 무역 규제가 심해 채산이 맞지 않을 때만 그 나라에 현지 공장을 세운다. 중국에 우리 회사 굴착기 공장이 있는데 그런 경우다. 그 공장에서 만든 건 그 나라에서만 팔고 수출하지 않는다. 외국 현지 공장에 필요한 부품은 대부분 한국에서 가져다 쓴다. 제조업이 외국으로 다 나가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산업 포트폴리오는.

“금융과 제조업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유통은 6조 달러, 그중 우리가 3000억~4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금융 유통은 2000조 달러다. 비교가 안 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민계식 부회장은= 연간 수억 달러씩 벌어들이는 발전기용 디젤엔진, 태양전지 모듈, 폭발하지 않는 변압기 등 그가 직접 개발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신개발품은 한 번에 세기가 벅찰 지경이다. 민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거나 출원한 특허만 300개가 넘는다. ▶서울대 조선공학과(학사)▶MIT 해양공학 박사▶미국 보잉 연구원, 한국선박해양연구소 연구실장 ▶대우조선공업 전무▶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