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입국을 위해 과학기술 수준을 어떻게 높여야 하나.
“교육계가 할 일이 많다. 대학의 역할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대학의 역할을 기초기술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본다. 대학은 창의적인 지식을 만들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지식의 전달은 학원에 가면 된다. 어느 한 대학 조선공학과의 경우 교수가 15명인데 연평균 논문 수가 0.5편이라고 한다. 나 혼자서도 매년 4편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기가 막힌다.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정부-대학 순이다. 학계가 제일 떨어진다. 대학에 갈 때면 경쟁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내가 반문한다. 기업의 경우 세계 일류상품이 아니면 내놓지 못한다. 학계에서도 세계 일류 논문을 내야 할 때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좌우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세계 일류 기업, 세계 일류 제품, 세계적 핵심 기술이 많아야 한다. 이 셋을 확보하려면 국가와 기업·대학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 일류 기업의 경우 미국 포춘지 글로벌 500대 기업에 많이 들면 된다. 현재 12개 정도 포함돼 있다. 그나마 괜찮은 성적이다. 그 다음에 일류 제품이 많아야 한다.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일류 제품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27개, 삼성전자는 25개, LG전자는 12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류 기술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세계 석학들이 미국 과학재단(NSF)과 함께 산업별로 세계 핵심 기술 99개를 선정했는데 한국은 한 가지도 들지 못했다. 일본이 2007년에 세계 과학기술 평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100점 만점에 미국 92점, 일본 83점이었는데 한국은 7점에 불과했다.”
-제조업 공동화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제조업은 한 나라의 산업 기반이다. 우리 회사의 방책이 제조업 공동화를 해결하는 모델에 일조했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의 무역 규제가 심해 채산이 맞지 않을 때만 그 나라에 현지 공장을 세운다. 중국에 우리 회사 굴착기 공장이 있는데 그런 경우다. 그 공장에서 만든 건 그 나라에서만 팔고 수출하지 않는다. 외국 현지 공장에 필요한 부품은 대부분 한국에서 가져다 쓴다. 제조업이 외국으로 다 나가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산업 포트폴리오는.
“금융과 제조업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유통은 6조 달러, 그중 우리가 3000억~4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금융 유통은 2000조 달러다. 비교가 안 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민계식 부회장은= 연간 수억 달러씩 벌어들이는 발전기용 디젤엔진, 태양전지 모듈, 폭발하지 않는 변압기 등 그가 직접 개발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신개발품은 한 번에 세기가 벅찰 지경이다. 민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거나 출원한 특허만 300개가 넘는다. ▶서울대 조선공학과(학사)▶MIT 해양공학 박사▶미국 보잉 연구원, 한국선박해양연구소 연구실장 ▶대우조선공업 전무▶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