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톰소여의 모험' 출연 허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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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허준호는 매년 겨울방학이면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다.

자신의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매년 한차례씩 어린이 뮤지컬 무대에 서기로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등 바쁜 와중에도 그는 내년 1월7일부터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톰소여의 모험 (02 - 577 - 1987)' 에 인디언 피터로 출연할 예정. 96년 '사운드오브 뮤직' , 97년 '보물섬' 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남들은 왜 알아주지도 않는 어린이 뮤지컬에 출연하느냐고 안타까워 (?) 하는 말도 건네지만 허준호는 오히려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니는 요즘의 풍토를 더 걱정한다.

일반 관객들과 달리 배우가 조금만 흐트러지면 더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어린이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그에게 대단한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동극이야말로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연기 훈련장이라며 즐거워한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녀와 야수' 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뉴욕 본토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어린이를 위한 좋은 작품이야 말로 우리 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준호가 처음 연기와 인연을 맺은 것도 청소년 뮤지컬 '방황하는 별들 (85년)' .물론 남다른 가창력이 인연이 됐다.

이런 가창력을 바탕으로 그는 3년전 '반항2' 라는 앨범제작에 참여했고 내년 초 독집앨범도 낼 예정이다.

어린 아들과 놀아 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던 아버지 허장강에 대한 반항으로 배우되기를 거부하던 그는 기나긴 방황을 결국 이 무대에 서는 것으로 마감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야구선수로, 대학에는 무용과를 진학한후, 다시 연극과에 재입학할만큼 다양한 분야를 기웃거렸던 그는 "연극과에 들어간 후 연기가 나를 잡아주는 것을 느끼며 내 몸에 흐르는 아버지의 피를 확인했다" 고 말한다.

악역전문배우로 이름 높던 아버지를 꼭 닮은 외모 덕분인지 허준호가 맡는 역할도 요즘 인기있는 TV드라마 '복수혈전' 의 쌍칼역처럼 주로 주먹세계의 인물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맡은 인물들을 '남자답다' 고 평가한다.

"멋진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열한 사회에서 왜소해져가고 있는 남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수있다" 는 것이다.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질수 있을 때 진정한 남자다. "

라는게 그의 남자론의 핵심이다.

지난 10월 탤런트 이하얀과 결혼했다.

이제 임신7주의 신부를 따라 예비아빠가 된 허준호는 벌써 아기자랑에도 열심이다.

입덧하는 아내를 따라 자신도 입덧을 시작했다며 수다를 풀어놓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짜 사나이' 체취가 묻어난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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