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를 ‘지능형 도시 사업’ 글로벌 본부로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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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에 와서) 지키지 못할 투자 약속을 더러 한 것으로 안다. 시스코는 약속은 작게 해도 실행은 크게 할 것이다.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체임버스(60·사진) 회장은 15일 한국 기자들이 둘러 앉은 다섯 원탁 사이를 누비며 열변을 토했다. 서울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는 연단이 없었다. 무선 마이크를 단 체임버스 회장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설립할 ‘시스코 글로벌 센터’에 관해 설명했다. 20억 달러는 그가 전날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밝힌 향후 한국 투자 규모다. 때론 웃고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브리핑은 잘 꾸며진 1인극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서 가까이 마주한 그는 학자풍 인상이었다. 그는 1995년 시스코 회장에 오른 이래 회사 매출을 30배로 늘렸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연봉 1달러를 자청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59억 달러. 연구개발(R&D) 투자는 45억 달러에 달한다.

-지능형 도시란 무언가.

“시스코는 라우터 같은 네트워크 장비 제조로 출발했다. 대부분의 통신 장비와 솔루션 분야에서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 기반의 통합 솔루션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도시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 기반으로 도시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교통·건강·교육 등을 통합 관리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령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갈 때만 켜지는 가로등처럼 지능형 관리시스템을 갖추면 에너지 소비가 30% 준다.”

-시스코 글로벌센터는 무얼 하나.

“한국은 국민의 80%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모바일 기기를 쓰는 나라다. 그런 인프라 위에 시스코의 솔루션을 얹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한국을 테스트 베드(시험무대)로 해서 이를 세계로 확산시킬 것이다. 송도글로벌센터는 이런 지능형 도시 사업의 전 세계 총괄본부 역할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되면 5년 동안 인천 지역총생산(GDP)이 추가로 1% 늘고 새로운 일자리도 5만 개 생길 수 있다.”

-향후 투자 계획은.

“95년 1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 중국에 실제로 160억 달러가 들어갔다. 10억 달러를 예상한 인도도 50억 달러 투자로 이어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안상수 인천시장을 만나봤더니 모두 IT가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는 느낌이었다.”

-14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영철학은.

“회사든 나라든 10년 동안 살아남았다고 앞으로 10년을 보장할 수 없다. 신시장을 개척하려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 신기술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3년, 5년, 10년 뒤를 겨냥한 단계별 비전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를 모두 공감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CEO의 역할이다. CEO는 비전 전달하는 메신저가 돼야 한다.”

-시스코의 인재상은.

“우선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 교육받은 건 빼앗길 수 없는 자산이다. 열정을 갖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 같은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시스코에서 일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못지않게 시스코처럼 좋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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