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쇼크로 스포츠계 최대 위기…대회취소·팀해체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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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제위기 한파로 스포츠계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자금난으로 스폰서업체들의 지원이 끊기거나 축소되면서 각종 대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잇따른 팀 해체로 스포츠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부도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충격이 스포츠계 전반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 대회 취소.축소 = 겨울철 최대 인기종목인 농구의 경우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농구대잔치를 열 예정이었으나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2월7일부터로 일정을 대폭 줄였다.

한국프로볼링협회는 지난 8일 대우자동차의 후원으로 레간자컵 국제프로볼링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지난달말 대우가 후원을 취소함에 따라 내년 1월 열 예정이던 제일화재컵 프로볼링챔피언전을 앞당겨 치렀다.

또 배구협회는 내년 8월 비치발리볼 월드투어를 국내에 유치키로 했으나 1억2천여만원에 이르는 경비를 댈 후원자를 찾지 못하자 대회유치 포기를 검토중이다.

올해 11개 대회를 열었던 여자프로골프협회는 한주통산의 부도로 내년도 엘레쎄대회를 취소하는 등 내년의 남녀프로골프대회중 상당수가 상금규모를 줄이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대한사이클연맹도 내년 4월로 예정됐던 98동아시아사이클대회를 잠정 유보했다.

◇ 팀 해체 = 국내 실업.프로스포츠팀의 모태가 되는 기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은행의 경영여건이 최악의 상태로 빠지면서 팀 해체가 꼬리를 물고 있다.

여자농구는 잇따른 팀 해체로 존립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올들어 제일은행에 이어 코오롱.한국화장품이 해체했고 12일에는 외환은행마저 해체를 단행했다.

신세계로 팀이 매각된 태평양까지 합하면 올해 사라진 여자실업농구팀은 5개팀에 이른다.

외환은행은 여자농구팀 외에 29년 전통의 여자탁구팀도 해체했다.

또 22년 전통의 기아자동차 사이클팀은 지난 10월 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오는 30일자로 해체한다고 12일 대한사이클연맹에 통보했다.

남자실업배구의 명문 고려증권도 최근 부도로 팀을 무상양도한다며 공식해체를 선언했고 한일은행은 축구.야구팀을 해체했다.

이미 부도로 쓰러진 한보는 육상 및 프로씨름팀을 해체했고 그동안 전국체전의 단골 출전팀이었던 역도의 서울 종로구청팀과 광주의 광산구청 배드민턴팀도 최근 문을 닫았다.

체육계 인사들은 "기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어 꼬리를 무는 스포츠팀 해체와 대회취소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 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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