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 원인과 파장…IMF 감질난 지원으로 빚갚기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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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과 정부의 금융시장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원화는 지난 11월20일 환율변동폭을 확대한 이후에만 34%정도 절하됐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절하율은 10일 현재 46.1%.1년새 거의 절반값으로 떨어진 것이다.

태국 (39.55%).말레이시아 (30.96%).필리핀 (25.28%) 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외환시장은 거의 '심리적 공황' 상태다.

원인은 간단하다.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화는 제한돼 있는 반면 수요는 자꾸 늘고 있기 때문이다.

IMF의 긴급자금이 지원되면 달러화 공급이 늘어 환율이 안정되리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물론 지난 주말과 주초 IMF자금 55억여달러가 입금돼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늘긴 늘었다.

그러나 이는 은행들이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는데 사용해도 모자라는 규모다.

한국은행도 이 돈을 급한 순서대로 지원하는 등 엄격히 운용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들여와 환율안정을 위해 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인형 (李寅炯) 금융연구실장은 "지원금이 단계적으로 들어오는데다 규모도 단기외채보다 작아 새로운 달러수요를 채우기 어렵다" 고 말했다.

공급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는데 수요는 늘고 있다.

예컨대 에너지 소비가 늘어 정유사 등의 수입결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 2일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들에 재정경제원이 외환업무를 일부 허용하자 이들마저 달러를 구하러 나섰다.

게다가 국내 금융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겹쳐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

대기업 연쇄부도에 대한 불안감도 환율상승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달러거래는 크게 위축된채 환율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거래량은 하루 8억~9억달러로 평소의 40%에도 못미친다.

문제는 외환수급이 당분간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는데 있다.

수출이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수입도 함께 늘어 외환공급이 늘지 않고 있다.

또 자본시장 개방대책도 당장 환율안정에 기여할지 의문이다.

당국은 채권시장 개방으로 약 7조원의 자본유입을 예상하고 있으나 이것도 '희망사항' 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송치영 (宋致榮) 연구위원은 "앞으로 외화자금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부분이 별로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기업.개인 할 것없이 당분간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우선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는 종금사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하루하루 돌아가는 콜자금 막기도 버거운 종금사들은 환율폭등으로 추가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물가도 걱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원화가 평균 30%절하되면 다음해 물가가 3.6~4.8%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유류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개인서비스요금 등 다른 부분의 물가상승에 방아쇠를 당길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정부재정도 문제다.

내년 예산중 달러기준으로 편성된 부분은 34억달러. 당초 정부는 달러당 9백원으로 잡아 예산을 편성했으나 1천5백원을 넘어서는 바람에 3조6백억원이면 됐던 달러기준 예산액이 5조원으로도 부족하게 됐다.

예비비 (9천7백억원) 로도 메울 수 없는 차이다.

특히 27억달러에 달하는 국방예산에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채이자 상환부담 (내년 2천2백47억원 계상) 도 50%이상 늘어난다.

재경원 고위당국자는 "정부는 현재 환율을 적정수준 이상으로 보고 있다" 며 "올 연말만 넘기면 내년 초에는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밝혔다.

남윤호.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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