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몸무게 4㎏ 빠진 정세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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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무소속 출마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 의혹, 당내 비주류 세력의 퇴진 요구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밤잠을 설친 정 대표는 몸무게가 4㎏가량 빠졌다고 한다. 정 대표는 13일 최고위 회의에서 “박연차 사건의 수사 상황 보도를 보며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 전 장관이 전주 완산갑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후원회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신건 전 국정원장과 무소속 연대를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대표의 곤혹스러움이 가중됐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광철(전주 완산갑), 채종한(경주), 김태선(울산북), 홍영표(인천 부평을), 정 대표, 김근식(전주 덕진) 예비후보. [뉴시스]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대=신 전 원장 측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12일 신 전 원장에게 전화해 전주 완산갑에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다. 신 전 원장은 15일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신 전 원장은 본지에 “(출마 여부를) 14일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13일 한 전 대표 선거사무실을 물려받기 위해 한 전 대표 측과 접촉하는 등 이미 출마 채비에 들어갔다. 신 전 원장이 정 전 장관의 측면 지원 아래 출마하면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 두 곳에서 민주당 대 ‘정동영-신건 연대’가 정면충돌하는 구도가 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신 전 원장이 출마하면 정동영 바람을 타는 데다 완산갑에서 당선됐던 이무영(무소속) 전 의원 측의 지지를 받게 돼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전주 두 곳에서 전패할 경우 지도부 퇴진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완산갑 공천이 확정된 이광철 민주당 후보가 친노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점도 정 대표의 고민거리다.

재선거 다섯 곳 중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인 인천 부평을에서 반 이명박 전선 형성이 지지부진한 것도 곤혹스럽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 홍영표 후보의 FTA 국내대책본부장 전력을 문제 삼아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부평에서 지면 모든 책임은 정세균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사태, 당이 사과해야”=당내 60세 이상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민주 시니어 모임’(대표 김성순 의원)은 14일 오찬회동을 하고 “노무현 사태와 관련, 당이 개과천선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당내 친노 세력과 여론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온 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친노와 386 색채를 지워 가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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