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 “대기업, 무리했던 부분 정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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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진동수(사진) 금융위원장이 13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기업도 지난 세월 무리했던 부분은 자구노력을 통해 정리하고 가는 것이 국민 경제와 금융회사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민 경제 이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강연을 통해서다. 그는 또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외환위기 때 절절히 경험했다”며 “채권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대화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금융위원장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던 진 위원장이 대기업 구조조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의 발언이 채권은행들이 45개 대기업 그룹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그의 발언에 대해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시행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기업 구조조정 담당자도 “위기 상황인 만큼 평가 때 예년보다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을 채권은행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실시했던 45개 대기업 그룹에 대한 약식 평가에선 5~6개 계열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실물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지난해 4분기 기준의 이번 평가에선 불합격 판정을 받는 계열이 이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삼성증권은 이날 국내 500대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6%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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