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경쟁 '점입가경'…"재방송도 질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공중파방송이 3개사인 덕에 뭐든 3개다.

월화드라마도 3개, 수목드라마도 3개, 주말연속극도 3개, 일일연속극도 3개, 일요아침드라마도 3개, 평일아침드라마도 3개, 단막극도 3개. '평일오전 재방송 드라마' 도 마침내 3개가 됐다.

지난 가을개편 때 KBS가 드라마 아침재방송을 준비중이란 첩보를 입수, 부랴부랴 '사랑이 뭐길래' (오전11시) 의 먼지를 털어낸 MBC를 시작으로 KBS도 '명작앙코르' 란 이름의 시간에 슬그머니 '바람은 불어도' (오전10시45분) 를 방송중이고, 경제위기극복에 일조한다는 취지로 이번주부터 '살림을 잡아라' 를 폐지한 SBS 역시 시트콤 '아빠는 시장님' (오전9시5분) 을 대체프로로 골랐다.

'드라마가 너무 많다' 는 시비는 사실 진부하다.

시청자입장에선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고, 방송사입장에선 시청률올리기에 드라마만한 효자도 없단 것이 그동안의 '현실론' 이었다.

개편당시 MBC는 한가지 명분을 더 내걸었다.

쓰레기도 재활용하는 시대, 공들여 만든 드라마를 1회용구급밴드처럼 한번 쓰고 버리기는 아깝다는 논리다.

문제제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50분짜리 드라마 한편의 제작비는 최소 5천만원 이상. 같은 분량의 교양프로와 비교하면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다섯배까지 많이 든다.

슈퍼스타급 연기자나 작가가 동원되면 사실상 이 비교조차 별의미가 없다.

이제까지는 시청률을 잡기위해서라면, 까짓 편당 억대 제작비나 제작진의 사생활쯤은 희생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방송광고판매율이 지금같이 하락하는 추세라면 '편당제작비 : 광고료수입' 계산에 좀더 꼼꼼해져야한다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재방송에 막판 합세한 SBS는 "마땅한 대체프로가 없어 취한 응급처방" 이라며 제작여건이 딸리는 자사에 비해 덩치도 크면서 재방송을 선도한 다른 두 방송사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MBC '사랑이 뭐길래' 의 경우 평균시청률은 10~15%대. 아침시간이니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지않지만 점유율은 거의 50%.군침을 들이킬만 하다.

남이 장사가 된다니까, 체면가리지 않고 끼어들어온 것은 우리 경제를 지금처럼 만든 기업들의 공통된 투자관행인데, 그 기업들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의 바람을 방송사는 비껴갈 수 있을 지. '아깝다' 가 이유라면 '드라마재방송' 이 우선이 아니라 '드라마 편수 줄이기' 등 IMF시대에 맞는 경제적인 편성이 급할 듯하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