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 조기해제 여파…국산 주력차종에 타격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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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 조건에 따라 대일 (對日) 수입선다변화 완전해제 시기가 99년말보다 앞당겨지고 수입차의 형식승인절차가 간소화될 예정이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품질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본차가 국내시장에 밀려들면 미처 임전 (臨戰) 태세를 갖추지 못한 국산차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련업계는 "안방을 내주는게 아니냐" 며 크게 당황하는 가운데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을 단시일내에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입차 형식승인 완화도 미국을 비롯한 외제차의 국내시장 진입을 쉽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걱정을 더해준다.

◇ 수입선다변화 조기해제 = 지금은 일본업체들이 미국 현지공장에서 만든 아발론.어코드등의 차종만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차가 직수입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최근 주요 유사차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대우 누비라가 9백50만원, 도요타의 터셀은 1천5백80만원▶아카디아는 4천2백만원, 혼다 레전드는 4천9백만원으로 국산이 각각 6백만원, 7백만원 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중소형차의 경우는 국산차가 가격경쟁력을 갖고있지만 중.대형차로 갈수록 일본차와 가격차가 좁아진다.

최근 원화약세와 동시에 일본의 엔화약세가 진행돼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그나마 나아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한.일간 자동차의 근본적인 차이는 품질력인데 국산차의 품질향상은 상당한 시일을 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차와의 경쟁에서 현대 쏘나타, 대우 레간자, 기아 크레도스, 삼성 KPQ등 국산 주력차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자동차팀 김경엽 (金慶燁) 박사는 "엔화가 지금 과도하게 절하돼 있기 때문에 향후 조정과정에서 1백엔당 8백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우 국산 중대형차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차 수입개방이 빨라진다고해도 당장 엄청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일본 업체들은 국내에서 판매및 정비조직을 갖춰야하며 소비자들은 대일 (對日) 감정으로 실제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99년 2% ▶2001년 5.4%▶2003년 9.3%▶2005년 11%등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00년대이후 수입차시장의 절반이상을 일본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차 시장개방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아그룹 경영관리단 이종대 (李鍾大) 사장은 "우리 시장을 막느라고 우리차가 일본시장에 못들어갔기 때문에 시장개방을 계기로 우리 차의 일본진출을 서둘러야한다" 고 말했다.

◇ 수입차 형식승인 간소화 = 이는 외국자동차를 수입할때 정부가 자동차의 안전과 환경적합여부등을 검사하는 제도. 이 절차를 폐지 또는 간소화하게 되면 인도기간이 짧아지고 검사장까지 이동비용도 줄어든다.

특히 외국업체들은 이 제도가 수입차의 국내진출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김근탁부장은 "비용절감효과 뿐아니라 새 차종의 한국시장 진출이 훨씬 쉬워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식.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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