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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2009년 봄, 돈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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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 및 금융역사를 강의하고 있는 니알 퍼거슨(Niall Ferguson)은 그의 저서 '현금의 지배'에서 돈을 너무 사랑하고 돈만을 추종한다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기독교의 교리에 만약에 사람들이 무너졌다면 서구사회가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발전하지는 못했으리라 예상했다.

뮤지컬 <캬바레>에는 '돈이 세상을 돌아가도록 만든다'라는 노래를 출연자가 부른다.
신*구약 성서에 보면 '돈은 범사에 응용되느니라'(전도서 10:19)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디모데 전서 6:10)라는 문구가 있다.

모세의 5경에서도 탐욕은 물론 죄악시 되었으나 앞에 인용된 두 번째 구절에서 시사하듯이,기독교 교리에서는 정당한 금전적 동기도 비난의 대상이었다고 '현금의 지배'에서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고조에 달해서는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는 마태복음(19:24)의 구절이 인용된다.

'가만있자? 그럼 천국에 가기 위해서라도 돈을 모으면 안되겠네? 적당히 먹고 살다가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결혼해서 아이나 하나 낳고 그럭저럭 살다가 죽으면 천국에 갈 수가 있을꺼야….'
위의 인용을 보면서 설마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는 없으시겠지?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돈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하게 되었다.그 이전에는 어디에 투자를 하더라도 예상이 가능한 투자라서 은행의 정기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더라도 확정금리의 만기 이자를 알고 있어서 몇 년 후에 얼마를 손에 쥔다는 것이 명확했고 부동산에 투자를 하더라도 시장의 등락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년 후에 어느 지역의 어느 아파트를 사려면 대략 얼마가 있으면 되겠다는 식의 계획이 가능했다.

하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퇴출과 함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지게 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투자(Investment)'라는 개념의 정착과 펀드나 주가지수 연계형 상품 등의 다양한 간접투자상품이 제방의 둑이 터진 듯 쏟아져 나오면서 예상가능 한 '돈'의 운용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불과 한 두 달 전에 엄청난 수익률을 줄 것 같던 상품들이 어느 사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려서 해지하기에도 어정쩡한 존재가 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서 신문기사의 금융,투자관련 내용들을 해독하기도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부자가 되면 천국에 못 가니 천국에 가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돈을 모으고 적당히 이 시대의 중산층으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평균수명이 너무 길고 은퇴 이후의 삶이 또 하나의 인생이 되어버려서 부자가 아니더라도 돈을 어느 정도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는 명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돈과 함께 진행되고 돈을 목적으로 하고 돈으로 인생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로또 복권 당첨을 하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가다가 문득 대형 전광판에 이번 주 로또 복권 1등 당첨자가 몇 명이고 1등 당첨금이 얼마라고 너무나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다.

매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로또 복권에 당첨이 되고 대로변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수십,수백,수천 개의 건물마다 건물 소유주가 있을 법한데 나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고 나에게 그런 건물들은 없으니 영원히 돈에 이끌려 돈만 쫓아다니는 돈의 노예 같은 삶은 계속 해야 하는 걸까?

돈 때문에 화목한 가정이 깨지고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자녀가 부모를 버리고 살인을 하기도 하고 불법을 저질러 감옥신세를 지는 과정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적어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동안은 이러한 일들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돈과 인간 혹은 인생과의 연관성을 우리의 힘으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왕 돈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떨까?

돈 = 삶의 목적 이라는 생각에서 돈 = 삶 그 자체 라는 생각은 너무 상업적이고 저속한 생각일까?

사람들은 하루에 약 6만 번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골똘히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순간 지나가는 식으로 떠 오르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그러한 생각 중에서 약 5 만 번의 생각이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그 부정적인 5만 번의 생각 중에서 꽤 높은 비율의 생각이 바로 '돈'과 관련된 생각이라고 한다.

돈을 생각하고 머릿속에 떠 올릴 때 씨익 웃는 미소나 웃음보다는 한숨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역시 현재의 자신의 상황이나 재산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어떤 자격시험을 볼 때 떨어질 것을 지레 짐작으로 예상하고 보는 경우가 있는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즉 돈에 대한 생각도 앞으로는 한숨 보다는 씨익 웃는 미소가 먼저 나오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열심히 생활하고 준비하면 앞으로 미래에는 남들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고 여유롭게 지낼 수가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 자기자신에게 다짐을 하도록 하자.

필자가 만난 부자들 중의 상당수가 부모님께 유산을 물려 받은 경우보다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우리에게는 많은 기회와 시간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지루하고 따분하고 어렵고 생각하기도 싫은 투자론이 아닌 시큼하고 맛깔스럽고 먹음직스러운 투자론이 되도록 본 지면을 통해서 함께 마인드 컨트롤 하고 돈과 친해지는 방법과 기회포착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가난할 수록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기에….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