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지하철 전광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숙명여대 법학과 4학년 이민지(23·인천시 효성동)씨는 하굣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인천행 전동차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역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카라의 ‘하니’, 이지혜의 ‘사랑 100%’ 등 최신 곡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출발과 도착을 알려주던 지하철 역사(驛舍)의 전광판이 똑똑해졌다. 케이블 TV의 뉴스채널이 제공하는 주요 뉴스는 물론 환율·주가·날씨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연예·스포츠 소식과 인터넷에서 회자된 인기 사용자제작콘텐트(UCC) 동영상도 보여준다.

지하철 1, 3, 4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모니터를 통해 뉴스·주가·날씨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EPP휴먼네트웍스 제공]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철 1·3·4호선 67개 역에서 798개의 모니터를 통해 ‘Sub-TV’를 방송하고 있다. 이 TV는 EPP휴먼네트웍스가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고 15년간 광고사업을 해 투자비를 회수한 뒤 서울메트로에 기부채납하는 민간투자방식(BOT)으로 만들어졌다.

Sub-TV를 보는 승객은 하루 평균 340만 명. 시민들은 무료한 시간을 줄이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원의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거래처를 오가는 송정재(50·자영업)씨는 전광판에서 뉴스를 확인한다.

이씨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 결과 등 주요 소식을 지하철역에서 확인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넋 놓고 있던 적이 많았는데 요즘은 스크린을 통해 주요 뉴스를 본다”고 말했다.

이 TV는 평상시 뉴스와 볼거리를 제공하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에게 대피요령을 LCD 화면과 스피커로 알리고 미아나 공개수배범의 신상명세를 띄우기도 한다. Sub-TV 제작사인 EPP휴먼네트웍스의 최종인 이사는 “지하철이 정보도 주고 교통수단도 되는 ‘인포테인먼트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