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금융위기 파고 긴급점검]중국…동남아여파 대외거래 위축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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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 정부가 최근 금리를 내린데 이어 중앙은행 기능 강화에 나서고 환율 조정을 검토하는 등 경제위기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칫 경계를 느슨히 했다간 태국.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가 중국 대륙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을 짓누르고 있는 금융위기의 먹구름을 쳐다보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선 위기감이 더욱 실감나게 배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지난 10월하순 대출금리를 평균 1.5%포인트, 예금 금리를 1.1%포인트씩 각각 내린데 이어 최근 환율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리인하 조치는 적자에 허덕이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실 국유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하반기 이후 주춤거리고 있는 수출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0월까지 수출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7.2% 늘어났지만 경쟁국인 태국.인도네시아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 이후 중국의 수출 신장세가 멈칫거리는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지표로 나타나는 중국 경제는 아직까진 금융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우 안정적이다.

지난 3분기까지 9% 성장률을 달성했고 소비자 물가는 1.5% 오르는데 그쳤다.

외환보유액은 9월말현재 1천3백41억달러에 달하고 무역흑자도 3백55억달러에 이른다.

금융시장을 개방치 않은 덕분에 태국 경제를 무너뜨렸던 핫머니도 없고 외채는 상환부담이 거의 없는 외국인 투자가 70%를 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의 대외교역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로선 촉각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유기업들에 대한 중국내 은행들의 대출중 상당부분이 부실채권이라는 점도 위협요인이다.

수출 증가세가 벽에 부닥친 국유기업들은 정부가 인민폐의 미국 달러에 대한 평가절하를 취해 수출 촉진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1달러당 8.3위안인 환율을 달러당 9.2위안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단한 무역흑자를 내면서 인민폐를 평가 절하할 경우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 뻔해 중국 정부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하순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는 경제발전에 상응하는 금융시장 체제와 중앙은행 기능 강화등을 위한 강력한 조치와 함께 환율조정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 = 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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