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4개 은행은 폐쇄대상”금융연구원 보고서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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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진국에서 쓰이는 부실금융기관 판정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은행의 대부분이 '정상' 기준에 들지 못하고 이가운데 10개은행은 강력한 경영개선조치가 필요한 부실은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실의 정도가 심한 3~4개 은행은 폐쇄및 청산정리 대상인 것으로 나타나 국유화와 같은 정부의 긴급구제조치가 없을 경우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부실은행의 경영전략 수립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실금융기관 처리기준으로 쓰이는 '적기 (適期) 시정조치' 를 국내은행에 적용할 경우 25개 일반은행 가운데 10개 은행이 단순자기자본비율 3%기준에 못미치는 부실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나머지 은행들도 최소 자기자본 지도기준인 4%에 미달하는 경영개선 권고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연구원의 지동현 (池東炫)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들의 부실정도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고 지적하고 "부실여신을 감안한 자기자본비율이 2%미만인 부실은행이 3~4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 밝혔다.

池박사는 "미국기준이라면 이 정도 은행은 폐쇄와 청산정리 대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에서는 당장 폐쇄하기보다는 국유화등을 통해 기업 연쇄부도등 파산에 따르는 부작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장부상 자기자본에서 부실여신에 따른 자기자본가치의 감소분을 뺀 '조정자기자본' 을 은행계정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국제통화기금 (IMF) 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일부 부실은행과 12개 부실종금사의 정리기준과 일치해 주목된다.

보고서는 감독당국이 은행부실의 실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부실화가 더욱 심화되고 외국인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내은행의 허구적인 대차대조표를 실상에 맞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9월 경영개선 권고조치를 받은 제일.서울은행이외에 사실상의 부실은행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영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실은행의 경영개선방법으로 신속한 자산매각을 들고 "부실정도가 심한 은행은 이것저것 가려가며 팔고싶은 것만 팔 수 있는 한가한 입장이 아니란 점을 인식하고 본점을 포함해 팔릴 수 있는 점포를 모두 처분한다는 특단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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