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 ‘대중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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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해 4월 충북 속리산의 법주사 주지로 취임한 노현스님은 “앞으로 사찰은 주민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 친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주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참된 불자라는 의미라고 법주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법주사는 노현 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후 지역의 어려운 가정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다문화 가정 결혼 이민자들에게는 고향방문 경비를 마련해 주는 등 지역 주민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법주사 주지인 노현스님이 다문화 가정 결혼이민자들에게 해외 친정 나들이 경비를 전달하고 있다. [법주사 제공]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는 그동안 명실상부한 지역 최대 사찰이면서도 지역문제에 소극적이라는 평을 적지않게 들어왔었다. 그러나 노현 스님 취임 이후 일체중생의 사찰 운영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노현 스님은 법주사 주지로 취임하면서 “산중에 문을 닫고 생활하는 사찰이 아니라 지역 문제에 같이 고민하고 도움을 주는 사찰을 만들겠다”며 법주사를 대중 속의 사찰로 변화시킬 뜻을 비쳤다.

이후 법주사는 대도시의 신도가 주로 맡았던 신도 회장을 법주사 소재지인 충북 보은군내 주민으로 교체하고, 지역 주민과 법주사와의 가교 역할을 해 줄 것을 특별히 주문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청소년과 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다문화 가정에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법주사가 이번에는 지역에 소외된 노인들을 초청, 경로위안잔치를 벌인다.

8일 법주사에 따르면 15일 오전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보은 군민체육센터에서 군내 65세 이상 노인 3000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법주사는 주민들에게 감사패, 장수상, 효행상 등을 시상하고 점심공양 뒤 가수 장미화 등 연예인 초청 위안잔치를 연다. 또 참석자 전원에게 돋보기를 선물로 증정하고, 개인 장기자랑을 개최해 푸짐한 상품도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경로잔치에는 법주사 관음회, 지장회, 미륵회, 경전반, 보현봉사회, 불교대학, 충북포교사회, 사내리 청년회, 보문선원, 조계사, 보은적십자회 등 각종 봉사단체 회원 400명이 행사를 도울 예정이다.

법주사는 지난해 말에도 보은지역 청소년 60명에게 1인당 10만~3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법주사가 한창 호황을 누리던 1970~80년대에도 이 같은 장학금 지급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장학금은 액수를 떠나 의미가 크다.

법주사는 또 국제결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올해 초 군내 170여 다문화가정을 사찰로 초대해 친정 나들이 항공권을 제공하는 등 위로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법주사 관계자는 “불자들이 솔선수범해 어르신을 공경하고, 우리 주위에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보살펴야 한다”며 “부처님 오신 날 연등불을 밝히는 마음으로 행사를 하나씩 개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 김강순(68·보은읍 교사리)는 “솔직히 법주사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많았는데 지역에 마음의 문을 열려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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