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대북 제재 반대” … 안보리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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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예상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안보리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현지시간)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열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일본 등은 “북한의 로켓 발사는 2006년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 1718호의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자고 주장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기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조치는 (대북 제재를 명시하는) 안보리 결의라는 게 워싱턴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국의 우주 영역 탐사”라며 “북한이 1718호를 위반한 게 아니므로 제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비상임이사국인 리비아·베트남·우간다 등도 중국·러시아에 동조해 찬반 의견이 10대 5로 나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안보리는 이번 주 전체회의와 소그룹 회의 등을 계속 열 계획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9일 시작되는 부활절 휴가로 인해 회의 속개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그 때문에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안보리 기류로 인해 제재결의안보다는 의장성명 또는 언론 발표문 형식으로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일 국회 답변에서 “어떠한 형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의장성명을 통해서도 1718호의 적용을 강화하는 내용에 합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1718호가 현재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문제일 뿐 제재 내용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일본 등과 공동으로 추구하는 것은 1718호의 엄격한 이행을 어떤 형식으로든 안보리 차원에서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718호만 제대로 이행하더라도 북한 요인의 여행 규제와 대량살상무기와 연관되는 불법 송금 등을 차단할 수 있어 북한에는 충분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유엔에는 1718호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며, 유엔 회원국들은 나라별로 대북 제재 이행 계획과 사례 등을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실질적인 가동은 되지 않고 있다. 1718호 통과 두 달여 만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2007년 1월 북·미 양자협의로 인해 6자회담 2·13 합의가 이뤄지는 등의 정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주 유엔대표부 대사 명의의 서한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안보리 의장에게 전달해 각 이사국들에 회람토록 할 예정이라고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변인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더라도 이해 당사국은 유엔대표부 대사를 통해 자국의 입장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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