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대만기업, 원화 절하에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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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만 남부의 가오슝시에 위치한 이 나라 최대 철강업체 차이나 스틸사. 독일.일본에서 20억달러 규모의 설비를 들여와 지난 6월 생산을 개시한 이 회사는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역내 시장의 철강가격은 3%이상 떨어졌고 철강 수요는 각국의 국책사업 중단 조치 등으로 급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국의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차이나 스틸사는 고객들로부터 경쟁상대인 한국의 철강업체들이 자기네 공급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화 절하에 따라 철강.석유화학 분야에서 아시아 기업들간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연일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수출가격을 지금보다 더 낮출 여력이 생긴데다 달러화에 목마른 한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샐러먼 브러더스 홍콩의 부사장 자네트 양은 "외화 부채 상환이 급한 한국 업체들이 출혈 수출을 감수할 것으로 보여 당장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전쟁은 불가피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2주전 대만 중앙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원화가 달러당 1천원대로 진입한다면 대만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중소 철강업체들은 원화 가치가 계속 절하되자 벌써 공장 확장 계획을 보류했다.

중소 철강업체인 예푸이사의 클린턴 왕 사장은 "만일 원화가 달러당 1천2백원대를 유지한다면 화학제품.반도체는 물론 다른 대만산 제품들도 한국산과 경쟁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내년초 원화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머무를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미 지난 88년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대만 달러가 더 절하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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