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4원어치 넣고 17.2㎞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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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일본 도요타가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선보인 것에 비하면 시기상 늦은 감이 있지만 연료를 가솔린이 아닌 LPG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차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LPG를 연료로 한 하이브리드카다. 배터리도 일본 하이브리드카가 사용하는 니켈수소 배터리가 아닌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무게가 덜 나가고 작아 적재 공간에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은 “13년 동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매진해 왔다”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한국이 세계 4대 그린카 생산국에 진입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이 모델은 8월 출시될 기아차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도요타가 올 하반기께 국내에 들여올 ‘프리우스’, 혼다가 내년께 내놓을 ‘뉴 인사이트’와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연비가 17.2㎞/L다. 다른 친환경차에 비해 낮은 것처럼 보인다. 현대차는 LPG는 가솔린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가솔린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비가 29.5㎞/L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측면에서는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는 프리우스와 뉴 인사이트의 연비 30㎞/L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1년간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연간 연료비는 약 104만원이다. 총 주행거리 2만㎞를 연비(17.2㎞/L)로 나누고 여기에 LPG 가격(3월 넷째 주 LPG 가격인 L당 894원 기준)을 곱한 값이다. 연비가 15.2㎞/L인 아반떼 가솔린 모델의 경우 동일한 주행을 했을 때 약 202만원의 연료비(3월 넷째 주 휘발유 가격인 L당 1537원 기준)를 쓰게 된다. 즉 1년에 9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소비자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취득세·등록세 감면 등 보조금 300만원을 빼면 2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의 값은 정부의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등록세 확대 감면을 고려하면 1400만원대 초반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이보다 600만원 정도를 더 줘야 살 수 있다. 따라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를 사는 소비자는 계산상으로 6년 이상을 타야 가솔린 모델보다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다만 이런 추산은 LPG와 가솔린의 소비자 가격 변동에 따라 변한다.


현대차는 기존 아반떼에 비해 외관을 날렵하게 꾸미고, 내부에 동력 전달 상황을 표시해주는 장치를 다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일본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크게 본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2세대 프리우스의 미국 가격은 기본형이 2만2000달러(약 2900만원) 정도다. 일본에서 2월 시판한 인사이트의 값은 189만 엔(약 2500만원)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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