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S '열전! 갑론을박'등 토론프로 좋은 반응…차분한 논리·뜨거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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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말로 합시다."

누구든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 말은 사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말이다.

대화보다는 싸움을 좋아하는 습성이 우리가 부닥치는 일상마다 짜증을 더하고 극한대립의 마당으로 이끌기 일쑤다.

시사평론가 봉두완씨는 자신의 저서 '뉴스 전망대' 에서 정치인들을 토론에 끌어들여 낭패한 경험을 상세히 적은 바 있다.

녹화중 대뜸 욕을 해대며 상대에게 달려들어 녹화를 망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70년대의 얘기다.

비록 대선 후보 서로간의 토론은 아니지만 요즘 TV토론회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익숙해져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각 방송에서도 토크쇼가 늘어나고, 법정논쟁의 포맷을 딴 프로그램이 생겨나는등 시청자들의 갖가지 주장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려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락전문 케이블TV HBS (채널19) 의 '열전!

갑론을박' 은 입장이 다른 당사자들이 출연해 격렬한 주장을 펼치는 프로그램. 녹화가 끝나면 출연자들 모두 단상을 박차고 나가버리기 일쑤다.

이재훈 담당PD가 요구하는 것도 이처럼 격렬하다 못해 욕설이 오가는 논쟁. '대중만화!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인가' '동성동본 결혼, 찬성인가 반대인가' '현행 대입내신제도, 찬성인가 반대인가' 등 우리사회 곳곳의 쟁점을 찾아내 입장이 다른 논객을 출연시킨다.

대입내신제 관련 논쟁에는 전국 외국어고 학부모 대표.예술고 내신문제 헌법소원담당 변호사등이 출연해 대입내신 기획자.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 연구본부장등을 상대로 논쟁을 벌였다.

이들의 토론에서 사회자의 필요성은 적어진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까지 그 자리에서 제시된다.

사회자 원종배씨는 한시간 내내 그냥 서있기만 한다.

'싸움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하다' 는 속담이 우선 확인되는 50분이지만 프로가 끝나갈 때쯤엔 조리있는 주장이 세를 얻는다.

이 PD는 "처음엔 2~3개월 정도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1년동안 지속할만큼 논쟁거리를 축적했다.

시청율도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고 제작 의욕을 불태운다.

토론 프로그램의 원조는 지난 87년 처음 시작된 KBS1 - TV의 '심야토론' . '중산층은 누구인가' '문민시대로 가는 길' 등 당시의 '뜨거운 감자' 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 프로에 출연했던 홍건수 목사가 "통일의 길에 북침이냐, 남침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라는 발언으로 입건됐을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정치.경제적인 문제들에 대한 의견 개진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BS2의 '미스테리 법정' 도 의견을 달리하는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 '묘자리, 자손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한반도의 대운은 오는가' 등 미신처럼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과학적인 입증을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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