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난 해결 어떤방법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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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단 민간차원으로는 외화자금난을 넘기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른듯 하다.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도 연일 외화급전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적인 외화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키워가고 있다.

◇ IMF 구제금융 = 지원 강도에 따라 세가지로 나뉜다.

가장 약한 것이 '스탠바이 크레디트' 로 단기저리자금을 융자하는 제도다.

정부가 IMF와 협정을 맺으면 지원한도가 정해지고 필요할 때마다 우리 돈으로 IMF의 특별인출권 (SDR) 을 사오게 된다.

SDR는 국제적으로 유통되므로 결국 외화를 빌리는 효과가 있다.

협정의 주체는 정부이고 집행창구는 한국은행이 된다.

협정이 이뤄지면 한은이 정부의 재정대리인으로 IMF에서 돈을 받아와 외환보유액으로 사용한다.

길면 5년까지 쓸 수 있는데 도중에 외환사정이 나아지면 갚아야 한다.

금리는 SDR금리가 적용되는데 요즘은 연 4.23% 수준이다.

태국.인도네시아도 이런 식으로 빌렸다.

이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퍼 크레디트 협정' 을, 더 급하면 '긴급차입협정' 을 적용받는다.

이때는 IMF 외에도 국제결제은행 (BIS).세계은행 (IBRD).아시아개발은행 (ADB) 등 국제기구들이 함께 나선다.

또 자금여유가 있는 주변 선진국들도 일부를 갹출한다.

주변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돈도 그리 많지는 않다.

미국은 발을 빼고 있고 일본은 국내금융사정이 좋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많아야 3백억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한은의 직접차입 = 한은이 나서서 외국은행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으로부터는 직접 빌릴 수 없고 상업은행과 접촉해야 한다.

상당히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지만 급하면 할 수도 있는 방법이다.

실제 지난 74년 외환보유액이 바닥났을 때 한은이 직접 해외차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미국의 3개 은행과 2억달러의 차관단 대출을 교섭했는데 "한은총재가 직접 와 차입계약서에 서명하라" 는 요구를 받았다.

김성환 (金聖煥.작고) 당시 한은총재는 직접 미국에 가 서명하고 돈을 받아왔다.

◇ 국책은행의 차입 = 산업은행이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차입 (신디케이트 론)에 나서는 방법이다.

산은법 44조에 따르면 산은의 손실은 정부가 보전하게 돼 있다.

그러나 외국은행들은 '보전' 이 아닌 '즉각적인 지급보증' 을 요구하고 있어 산은이 나서려면 국회동의를 얻어 정부보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때도 차입조건은 각오해야 한다.

국책은행이지만 시중은행 수준의 가산금리가 얹혀질 가능성이 크다.

산은이 한번 높은 금리를 주면 이것이 기준이 돼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기업의 차입금리가 추가로 높아지게 된다.

또 산은이 얻어올 수 있는 돈의 규모도 그리 많지 않다.

지금까지 산은이 한번에 빌린 돈으로는 15억달러가 가장 큰 규모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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