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이면 바나나가 두 송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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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동전모으기 행사에 참여한 온양초등학교 3학년2반 학생들이 저금통에 동전을 넣고 있다.[조영회 기자]

지난 달 31일 오전 11시30분 충남 아산 온양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 박은혜(34·여) 교사가 학생 20여 명과 ‘사랑의 동전 모으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전 100원이 세계의 어려운 친구들에는 큰 돈이 된다” “100원이면 바나나가 두 송이고 1000원이면 네팔 친구의 밥 한끼가 된다”는 박 교사의 설명에 아이들은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조금 전에 자신들이 저금통에 넣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소중하게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저금통이 제법 묵직한 아이부터 지폐가 들어있는 저금통도 있었다. 박 교사는 “하교 길에 붕어빵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돈이 아쉬울 테지만 친구를 돕자”는 말을 따라줘 기특하다고 했다.

이승미(10)양은 “우리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을 돈이면 세계의 어려운 친구들이 식사 한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1학년 때부터 사랑의 동전 모으기를 했는데 올해도 참여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은선(10)양도 “지난 주말에 저금통을 들고 집에 갔는데 엄마·아빠가 큰 돈을 넣어주셨다”며 “많은 돈은 아니지만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양초교는 지난 달 26일부터 2일까지 8일간 321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지구촌 나눔 가족, 100원의 기적’ 행사를 벌였다. 학생들에게 저금통을 나눠 주고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세계 빈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는 행사다. 이용래(61) 교장을 비롯해 25명의 교직원들도 아이들의 선행에 동참했다. 모아진 저금통 350여 개는 3일 사회복지재단에 전달됐다.

이 행사는 학생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의 마음을 기르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로 17번째를 맞았다. 굿네이버스가 주최하는 행사지만 전국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지는 않는다. 올해는 초·중·고학생 200만 여명이 참가한다.

온양초교는 행사가 처음 시작된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2007년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 역시 올해로 세 번째 기적 만들기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모은 동전은 국내는 물론 제3세계 빈민들을 위한 구호·복지사업에 쓰인다. 특히 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온양초교의 행사 참여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학생 321명 가운데 급식비를 내지 못해 외부의 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150여 명에 달한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금통을 가져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친구를 도울 수 있다는 설명에 어느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동전 모으기와 희망 편지 쓰기 대회가 함께 진행됐다. 가족이 다 함께 지구촌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편지를 작성해 이들의 빈곤을 이해하고, 나눔 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편지에 ‘건강하게 자라서 나중에 보자’ ‘훌륭한 어른이 되면 꼭 찾아가겠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이용래 온양초 교장 “동전 모으기로 어울려 사는 법 배워”

 

“동전 모으기는 단순한 모금행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 가르쳐주는 일입니다.” 다음은 올해로 17회째 동전 모으기 행사에 동참하고 있는 이용래 온양초등학교 교장과의 일문일답.

-행사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굿네이버스에서 93년부터 지구촌 나눔 가족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첫해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눔에 참여해왔다. 우리에게 별게 아닌 주머니 속 100원짜리 동전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는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나.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함께 사는 어울림이다. 가까운 친구부터 보이지 않는 먼 나라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아이들이 보람을 느낀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저금통을 집에 보내는 이유가 가족들이 모두 나눔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 가족이 사는 집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부터 부모, 오빠·동생 모두가 모금을 해온다고 한다. 가족들이 편지도 함께 써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얼마나 모이나.

“저금통에 얼마가 들어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동전이 모일 때마다 친구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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