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5년 만에 다시 강경파 지도부 들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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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임성규(53·사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이 당선됐다.

민주노총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제46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석행 지도부가 노조 간부의 성폭력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월 9일 총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임 신임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의 남은 임기(내년 1월)를 채우게 된다. 이날 선거에는 임 위원장이 단독 출마해 84.4%의 지지를 얻었다. 사무총장에는 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신승철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교육위원이 뽑혔다. 정의헌 부산일반노조 지도위원 등 4명이 부위원장에 올랐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 간부가 전교조 여성조합원을 성폭행하려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왔다. 강경파인 중앙파 소속이다. 이로써 2004년 2월 온건파인 이수호 전 위원장이 당선된 뒤 5년여 만에 강경파가 민주노총을 장악했다.

김기찬 기자

계파갈등 해결 숙제
강경투쟁 호응 의문

뉴스분석임성규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노총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 우선 현장의 지지가 관건이다. 강경 일변도의 투쟁 방식과 정치성에 등을 돌리는 데가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NCC·영진약품·승일실업·그랜드힐튼호텔·진해택시 등 5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또 민주노총의 방침을 어기고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노조가 줄을 잇고 있다.

성폭력 사건 수습도 만만찮다. 이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 원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게 나오면 다시 한번 치부가 드러날 것이다. 1일 대회에서 여성 대의원들은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있기가 부끄럽다”고 지도부를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본부와 산별노조, 연맹, 지역본부에 ‘성폭력 신고센터 및 성 평등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성폭력 사건 수습은 새 지도부 역량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외곽 지지세력이 엷은 상황에서 내부 계파 간 갈등은 더 큰 고민거리다. 이번 성폭력 사건만 해도 정파 갈등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 됐다. 정파 간에 실익을 따지다 해결이 늦어져 내외부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12월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거가 다가오면서 계파 간 갈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전 조합원(70여만 명)이 직선제로 위원장을 뽑는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방식이다. 서로 자기 계파에서 위원장을 배출하려 각축전을 벌일 게 뻔하다. 설립 때부터 계속돼온 계파 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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