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음악동아리 '여섯소리'…3평남짓 공간 공유 “그래도 과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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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동숭동 방송대 학생회관은 땅거미가 지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선 인근 대학로를 닮았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기타음향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구석에 3평 남짓한 방이 나온다.

음악동아리 '여섯소리' 의 터전이다.

창문도 없는 방에 기타와 앰프.스피커들이 꽉 들어차 있다.

5명이 둘러 앉기도 벅차다.

이곳을 드나드는 회원은 모두 90여명. 지난 봄엔 두배가 넘었었다.

그래도 이들은 다른 학우들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개 2~3개 동아리가 한방을 쓰는데 우리만 '넓은 공간' 을 차지한 셈이죠. " 교육학과 1학년 박미숙 (23.여) 씨의 말에서 방송대생들의 '공간 갈증' 을 이해할 만하다.

여기는 클래식기타.민중가요.중창.그룹사운드.아카펠라 등 여러 팀들이 같이 활동하는 곳이다.

순번을 정해 한 팀만 남고 나머지는 팀원이 모이는 대로 조용히 밖으로 나선다.

강의실이건 화단이건 빈 곳을 찾아간다.

생업 전선에서 시달리던 몸을 끌고 이곳으로 달려오는 이들. 새삼 음악의 힘이 놀랍다.

"직장생활.학업과 병행해 노래를 하는 것이 벅차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1년에 3백50일 가량 동아리방에 온다는 이희영 (21.여.방송정보학과 1년) 씨의 얘기다.

연습할 장소 못지 않게 아쉬운 것이 공연할 공간이다.

학교에서 콘서트를 가져 보는게 소원이지만 기회가 없다.

지난 일요일, 이들은 학교 옆의 소극장을 빌려 공연을 했다.

1년만에 가진 무대였다.

친구.동아리 선배 등 1백20여명이 구경왔다. 그리고 몇분 부모님들…. 전산학과 4학년 이완형 (28) 씨는 "여섯소리 출신 선배들은 어린이 암환자 돕기 공연을 하는 등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뛰고 있다" 고 소개한다.

"내가 크면/모든 걸 다 이룰 줄 알았는데/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아. " (자작곡 '놀이터에서' 의 일부) 이들이 즐겨부르는 노래처럼 삶은 만만치 않지만, 음악이 있기에 고단함을 털어낼 수 있다.

이제 새학기가 오고, 새로운 목소리들이 섞이면 3평 공간은 더 비좁아지겠지만 울림은 한결 멀리까지 퍼지리라.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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