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자가진단 포인트]항문이상…대변볼때 피 나오면 장이상·치질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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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항문이상 요즘들어 변비가 심해진 K씨 (45) 는 최근 화장실에서 섬뜩한 장면을 목격했다.

변을 보는데 항문이 찢어지는듯 아프면서 피가 변기를 붉게 물들이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대장암이 증가한다는데 혹시 그 조짐이 아닐까하며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배변시 압력을 못이긴 항문 주변의 혈관이 터진 것. 항문은 섬세한 구조와 역할에 비해 꽤나 비하되는 기관. 그러나 괄시받으면 앙갚음 (?) 도 할 줄 아는 기관이다.

이동근외과의 이동근 (李東根) 원장은 "항문에 탈이 나는 것은▶가스와 변을 구별해서 내보내는 '2중잠금장치 (괄약근) ▶변을 수월하게 내보내기 위해 모세혈관으로 구성된 쿠션장치▶항문의 기름 분비기관인 항문샘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증상에서 대장.직장질환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출혈. 통증을 동반한 선홍색 피는 대부분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다.

그러나 악성종양과 관련된 증상중에도 출혈이 있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李원장은 "대장이나 직장 깊숙히 종양이 생기면 혈액이 내려오면서 굳기때문에 콜타르 색깔의 끈적한 점액성 물질이 변에 묻어나온다" 고 말한다.

다음으로 흔한 것이 항문의 혹. 일반적으로 치질로 불리는 치핵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어쩌다 피가 화장지에 묻을 정도라면 1기, 변을 볼때 살덩어리가 약간 돌출되면 2기로 친다.

그러나 배변시 치핵이 나와 손으로 집어넣을 정도라면 3기, 평소 힘만 주어도 나올 때는 4기로 간주한다.

치핵이라면 주로 항문 안쪽에 형성된 내치핵 (암치질) 을 가리키지만 항문밖에 콩만한 것이 단단하게 잡히는 혈전형외치핵 (수치질) 과 물렁물렁하게 만져지는 밤톨정도 크기의 양성종양도 있다.

치루는 대변의 세균이 항문샘에 침입해 곪은 것으로 고름이 나오는 것이 특징. 단 치루는 항문주위의 작은 구멍에서 고름이 나오는 반면 궤양성 대장염등은 항문으로 점액상 액체가 나오는 것이 다르다.

항문의 통증중 외견상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1년에 몇번 잊어버릴만 하면 심하게 아픈 것이 항문거근증이다.

통증이 심해 잠이 들었다가도 깰 정도. 이는 항문을 싸고 있는 항문거근이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하루종일 항문속이 아프면 항문암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항문이 가려운 것은 기생충이 원인이 아니라면 독한 대변이 항문주위에 묻어 생긴 것이므로 청결에 힘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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