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러시]上.위기의 지방대…학생잃은 지방대 존립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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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방대학들이 편입학 문호확대에 따른 학생이탈과 졸업대상자의 취업난등 이중고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방대학들은 신입생들이 입학 직후부터 수도권 대학 편입학 준비에 나서 정상적인 교육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아우성이다.

지방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대책등을 두차례에 걸쳐 다룬다.

전교생 8천2백여명중 60% 정도가 서울출신인 강원도 강릉의 관동대학은 요즘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 나가려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편입학 기회가 대폭 확대되고 수도권 대학들이 대대적인 '학생 채우기' 에 나서면서 올해에만 1학기에 1백여명, 2학기에는 70여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관동대 관계자는 "신입생중에도 편입학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아 앞으로도 이탈학생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 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경향은 지방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강릉대의 경우 올해 30여명이 나간 것으로 학교측은 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1학기중에 62개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학한 학생은 1천8백67명. 지난해 1학기 (1천4백7명)에 비해 4백60명이 늘었다.

그러나 실제 편입학하려는 학생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아 '지방대생의 이탈현상' 은 심각한 실정이다.

95년까지만 해도 편입 학생의 80%가 전문대 졸업생이었으나 지난해부터 편입학을 희망하는 지방대생이 늘면서 중앙편입사.김영편입사등 서울의 대형 편입학 학원들이 각각 15, 16개씩의 지방도시에 지사를 내고 성업중이다.

중앙편입사 관계자는 "편입학 시장이 제2의 입시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커졌으며 지방 지사당 1백~1백50명이 수강중인데 지난해는 지방대생이 30% 정도였지만 올해는 50%로 늘었다" 고 밝혔다.

물론 지방대라고 해서 학생이 이탈만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전문대 졸업생이 편입해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대 졸업생마저 외면하는 지방대들은 서럽기만 하다.

전북 남원의 서남대는 올해 39개 학과 7백1명의 편입학 지원자를 모집했지만 73명만이 지원했을 뿐이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대일수록 심하다.

영동공대 김재규 (金在奎) 총장은 "이런 식으로 지역인재가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지방대는 물론 지역도 함께 망한다" 며 "지역내에서만 편입학을 허용하는 방안등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방대가 외면받는 근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교육.취업 여건을 주저없이 꼽는다.

청주대 직업보도실 관계자는 "현재 50여개 기업으로부터 입사원서를 받아 놓았지만 대부분 지방소재 중소기업이고 서울 소재 대기업들은 원서조차 주지 않는데다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학생이 직접 서울에 와서 가져가라고 한다" 며 "지방소재 대기업도 지방대를 홀대하는 것 같아 지방대 취업알선 관계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지방대의 교육여건이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원래부터 열악한 지방대 재정여건을 정부가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교협 李소장은 "정부가 재정 지원금을 대학에 골고루 나눠줄 때는 문제가 덜했으나 평가에 의한 차등지원이 시작되면서 지방대와 서울 상위권 대학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대학지원금 4천억원중 2천7백억원만이 대학 규모에 따라 균등 배분되고 1천3백억원은 교육개혁실적.국책공대등 5개 사업분야별로 평가된 결과에 따라 우수대학에 차등 배분된다" 고 사정을 설명한다.

이중 2백억원은 지방대의 불만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올해 처음 지방대 특성화 사업비로 배정됐지만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차등 배분하면 지방대가 엄청나게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자구노력.대학원 중점등 5개 사업분야별로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배분한 결과 2개 이상 사업에서 중복 지원받은 10개 사립대 가운데 지방사립대는 포항공대.영남대등 2개뿐이었고 나머지는 연세대.고려대등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이었던 것은 이같은 사실을 입증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에도 건전한 경쟁원리를 도입해야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평가에 의한 차등배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어 지방대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대영 기자.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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