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국립중앙박물관…관람객과 '대화'하는 새 문화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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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타임머신을 타고 2003년 12월로 날아가 보자. 목적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지난달 31일 첫삽을 뜬 국립중앙박물관이 5년간의 공사와 1년간의 내부정비를 마치고 떡 버티고 서있다.

전통적인 남향받이로 배산임수 (背山臨水) 의 지세다.

터 한가운데 거울을 연상시키는 '거울못' 을 중심으로 옥외전시장과 놀이마당들이 펼쳐져 있어 가족공원을 찾은 느낌이다.

새 박물관은 석조건물의 웅장함보다는 친근한 휴식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광장이 펼쳐진다.

그동안 박물관의 미로같은 구조로 짜증을 느꼈던 관람객들은 이제 시원한 광장과 통로를 통해 쉽게 전시실을 찾을 수 있게 됐다.

1.2층에는 수장고.보존과학실.조사연구실등이 들어서 있다.

본격적인 관람은 3층부터다.

3층에는 고고전시실.역사전시실.기획전시실.어린이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4층에는 기증전시실.극장이 펼쳐지고 6층의 미술전시실.동양전시실까지 박물관 여행은 계속된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최상의 유물보존시스템과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설계다.

설계를 맡은 정림건축 (회장 김정철) 측도 이 점을 강조한다.

건물의 상징성보다는 '기후적응적' 건물이나 건물의 단순화를 통한 이용자의 쉬운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정림건축의 설계책임자인 박승홍 디자인담당이사는 "이 박물관은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 이라며 "유물보존과 관람객을 위한 모든 개념이 총집결된 박물관이 될 것" 이라고 강조한다.

기후적응적 건물이란 외부환경변화가 유물에 미치지 않게 일차적으로 건물 자체에서 기후변화를 흡수하고 기계설비등은 최소한의 작동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 우선 벽처리부터 신경을 썼다.

수장고 외벽의 경우 1.8m 간격의 이중벽으로 처리, 각종 배관.공기순환장치등 건물관리 설비를 이 사이에 넣음으로써 실내누수 문제를 예방했다.

수장고가 들어갈 건물 1층의 바닥은 지표에서 15m이상 높여 설계, 2백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최대홍수기간의 침수에도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전이 (轉移) 공간' 의 확보도 눈에 띈다.

유물의 대여전시나 외부 개인소장 유물의 기증때 외부공기에 노출됐던 유물이 일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진열장으로 옮겨지기까지 적응기간을 마련하는 순응실이다.

이같은 개념은 관람객에게도 적용된다.

외부 태양의 높은 조도에 노출된 관람객의 눈이 전시실의 어두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5단계의 적응공간을 마련, 관람객들의 눈의 피로를 최소화한다.

유물을 지키는 보안.방재시스템도 발화원인까지 점검하는 3단계 최첨단시스템을 도입한다.

카드열쇠.폐쇄회로TV는 물론 문을 닫은 뒤의 움직임까지 체크하는 적외선 감지기도 설치된다.

항온항습 (恒溫恒濕) 을 유지하는 진열장과 열에 의한 유물훼손을 방지하는 조명시스템은 기본이다.

이제 박물관은 단순히 수집보존과 조사연구에 그쳐서는 안된다.

교육과 보급을 통해 주민과 '대화하는' 박물관이 돼야 시대의 요구를 맞추는 박물관이 된다.

이를 위해 전시물 안내.교육서비스.전시계획등을 통합관리하는 운영체계를 구축, 박물관의 인공지능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박물관을 따로 설치해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박물관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상은 신축 국립중앙박물관의 설계도 내용이다.

2003년을 기다려보자.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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