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자가진단 포인트] 식욕이상…한없이 먹고 싶을땐 당뇨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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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먹는 재미로 살아가는 맛을 만끽해온 P씨 (48) . 그에게 최근 1주일은 정말 살맛나지 않는 무기력한 나날이었다.

먹을 때마다 체한듯 속이 더부룩했고 끼니가 두려워질 정도로 식욕이 뚝 떨어진 것. 병원을 찾을 때만해도 그는 자신이 앞으로 엄청난 시련을 치뤄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위의 바닥쪽에 암덩어리가 자라면서 십이지장쪽으로 나가는 유문부를 막을 기세로 위협하고 있었다.

다행한 것은 아직 수술로 절제가능한 2기라는 것. 이 정도라면 완치율은 70%.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교수는 "식욕부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암과 같이 시간을 다투는 질환이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고 경고한다.

식욕이상은 한없이 먹고싶거나 (항진) 음식을 입에 대기도 싫을 정도로 밥맛이 뚝 떨어지는 (부진) 두가지. 초기 당뇨병.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식욕 항진의 대표질환. 당뇨병은 체내 혈당량이 부족,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식욕이 발동한다.

그러나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배출되어 나타나는 식욕증가는 몸의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이 원인. 따라서 하루종일 운동을 하는 것처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지치고 피곤한 것이 특징이다.

식욕중추가 망가진 치매, 욕구불만이나 스트레스도 식욕을 증가시키는 원인들. 이에 비해 식욕부진은 훨씬 더 원인이 다양하다.

전날밤 음주나 지나친 흡연.수면부족.피로에서부터 폐렴.감기.식중독.결핵.간염.간경변.콩팥질환과 같은 감염및 소모성질환들이 모두 식욕을 떨어뜨린다.

위암.위장염.위궤양.십이지장궤양은 물론 소장과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씨병, 마음의 병때문에 나타나는 신경성도 식욕부진 유발 요인들. 洪교수는 "식욕은 체중과 달리 객관화하기엔 주관성이 많기 때문에 식욕 하나만으로는 질병을 찾아들어가기는 어렵다" 며 "그러나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식욕이 떨어져 한달 이상 지속되면 틀림없이 원인질환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특히 식욕과 함께 체중이 떨어질 때는 특정질환이 개입된 것이므로 관심을 갖고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洪교수는 덧붙였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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