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농축 핵개발 계속 부인…5시간 회의에도 합의문 못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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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6자회담 참가국들은 25일 하루종일 수석 및 차석대표들 간 협의를 잇따라 열며 합의문 작성을 위한 조율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채 26일 오전 8시30분(이하 현지시간) 수석대표 회담을 다시 열기로 했다. 회담은 하루종일 널뛰기를 반복했다. 각국의 강경.온건파가 힘겨루기에 나선 데다 합의문안 작성 과정에서 북.미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4일 북.미 양자접촉에서 핵 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는 AP통신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한국 대표단이 부랴부랴 불 끄기에 나섰다. "장래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을 얘기한 것뿐"이라는 등의 해명을 했다.

미국 측도 거들었다. 미국의 한 회담 관계자는 "전혀 위협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회담은 시종일관 매우 진지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회담장 주변에선 "미국 내 강경파가 북한 대표단의 특정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발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측 관계자도 "북한의 김계관 수석대표가 전날 북.미 접촉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수출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오후 3시30분 각국 차석대표들이 합의문 작성에 들어갔지만 다섯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합의문은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 측 회담 관계자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을 계속 부인하는 게 문제였다"고 비난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2차회담 때보다 한 단계 격이 높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추진했으나 북.미 모두 이를 부담스러워해 결국 2차 때와 똑같이 의장성명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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