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북한 미사일 해법도 신뢰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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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500~6000㎞(대포동 2호 추정)이어서 전략적으로 한국보다 미국·일본에 더 큰 위협이다. 따라서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억제에 전에 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양국은 1996년 4월 베를린에서 제1차 미사일 협상을 가진 이후 뉴욕과 평양, 쿠알라룸푸르를 오가며 2000년 11월까지 여섯 차례나 회담을 열었으나 북한의 과도한 현금 보상 요구(3년간 매년 10억 달러)로 결렬됐다. 결국 이로 인해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북한 조명록 차수의 교차 방문에 이어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8년 만에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 행정부의 시행착오를 벗어나 클린턴 민주당 정부가 못다 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려면 부시 행정부의 모든 대북 관련 정책을 부인하는 ABB(All But Bush)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상당 부분 방향 전환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군사적 대응책에 무게의 중심이 가 있는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정책에서 탈피, 정치·외교적 수단 위주의 ‘협력안보’(cooperative security)를 통한 제반 조치를 강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지난 6~7년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천문학적인 경제비용을 치르고도 그 수렁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과거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도출한 미·북 간 미사일 회담을 부활시켜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대량살상무기(WMD) 부재지대화(不在地帶化)’를 실현시켜 이 땅에서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까지 모두 추방하는 것이다. 한반도 ‘WMD 부재지대화’는 궁극적으로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함은 물론 북한이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대량살상무기에서의 ‘살라미 전술’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협력안보의 핵심은 ‘신뢰 구축’이므로 당사국 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한반도에서 외교균형(balance of diplomacy)이 이뤄질 때 즉, 6자 간에 교차수교가 됐을 때만 안보 현안에 대한 진지한 토의가 가능하다.

김경수 명지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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