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신호 국악 '얼씨구야' 작곡자 김백찬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가 작곡한 창작 국악곡이 지하철 환승 신호음악으로 채택될 줄은 몰랐어요.”

청년 작곡가 김백찬(28·사진) 씨는 자신이 만든 국악곡 ‘얼씨구야’가 서울지하철 환승역 안내 신호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얼씨구야’는 해금과 대금, 가야금, 장고가 자진모리 장단으로 한데 어우러져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이달 1일부터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환승역 도착을 알리는 객차 내 신호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이라며 안내 방송을 하기에 앞서 흘러나온다. 36초짜리 곡이지만 전철에서는 앞 부분 5초 정도만 나온다. 이전까지 지하철 신호음악으로 ‘휘파람새 지저귀는 소리’가 3년여 동안 사용됐으나 국악으로 교체됐다. 지하철 환승 신호음악에 국악이 쓰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와 직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얼씨구야’가 9곡의 후보곡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호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얼씨구야’는 본래 휴대전화 벨 소리로 만들었어요. 국악 대중화를 위해 국립국악원이 추진해온 ‘생활 속에 우리 국악’ 창작 사업이 계기가 됐죠. 당시 제가 일하던 음악 스튜디오가 그 사업을 따내면서 저도 작곡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는 2007년 ‘얼씨구야’를 포함 30초~1분 정도 분량의 국악 벨 소리와 통화연결음 등 20여 곡을 작곡했다. 그 사업의 결과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4년간 여러 작곡가가 참여해 만든 120여 곡의 국악 벨 소리, 통화연결음, 행사음악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국악작곡을 전공한 그는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피아노 잘 치는 학생’으로 통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국악으로 전공을 바꿔 96년 서울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 입학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쌍화점’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극중 고려황제 역을 맡은 배우 주진모가 부르는 고려가요 ‘쌍화점’도 그가 작곡했다. “유하 감독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 한 달간 10여 차례 고친 끝에 ‘오케이’를 받았어요. 유 감독님이 ‘완벽주의자’라는 소문이 사실이더군요.”

김씨는 현재 퓨전국악팀 ‘아이엠뮤직’을 이끌고 있다. 그는 국악이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음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전통국악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짧은 분량의 국악을 창작해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국악이 더욱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기 가운데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가야금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의 꿈은 국악과 양악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작곡가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면서 음악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국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제가 만드는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글·사진=김용범 기자

'얼씨구야' 곡 듣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