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진주등 경남지역 주민들,현대그룹 제철소 유치에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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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순신 (李舜臣) 장군의 노량대첩 (1598년) 현장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경남하동군금성.금남면 일대 갈사만. 전북진안에서 출발한 섬진강이 전북임실.남원.순창, 전남구례.곡성.광양, 경남하동을 지나 2백12㎞의 긴 흔적을 남기며 남해바다로 흘러드는 지점의 이곳은 경남남해와 하동의 노량에서는 서쪽으로 9㎞쯤 떨어진 곳. "현대제철소를 갈사만에 짓는다" 는 소식이 전해지자 목욕탕 굴뚝말고는 산업시설이라고는 없던 하동이 온통 술렁이고 있다.

섬진강과 지리산, 그리고 조그만 땅뙤기에 의지해 살아온 이 지역민들은 '단군이래의 가장 큰 경사' 쯤으로 여기고 있다.

가장 기뻐하기는 역시 갈사리 주민들. "아이들이 직장을 찾아 모두 대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가족들이 흩어져 살아야 했는데 제철소가 들어서 일자리를 얻게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살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 갈사간척지에서 7백50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하동군금남면진정리 조금마을 이백수 (李白壽.61) 이장은 벌써 '제철소가 들어선 것같은 기분' 에 젖어 그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농사 2천여평을 짓고 있는 강부석 (姜副錫.37.하동군금성면가덕리) 씨도 "농사를 지어봐야 빚만 늘어나는데 제철소가 들어서면 무슨 장사를 해서라도 빚은 안지고 살 자신이 있다" 며 "땅값도 올라가지 않겠느냐" 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동시장번영회 (회장 김민웅) 회원들도 번영회사무실에 모여 "전국 5대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하동장이 쇠퇴일로에 있었는데 현대제철소 하동유치로 하동시장의 옛명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며 기뻐했다.

하동청년회의소 회원들은 "지역경제는 물론 지역발전을 위해 현대제철 하동유치는 당연한 일" 이라며 "경남 도민의 이름으로 환영대회가 열려야 하겠지만 이에 앞서 하동 군민들이 범군민환영대회를 열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소유치운동을 벌여왔던 하동.진주등 서부경남지역 주민들도 "낙후된 서부경남이 잘 살게 됐다" 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28일 오전9시 경남도청앞 광장에서는 현대제철하동유치 서부경남시민연합 (회장 張泰相.61) 소속 회원 30여명이 나와 경남도와 기본합의서 조인식에 참석하기위해 도착한 현대그룹 정몽구 (鄭夢九) 회장에게 박수를 치는등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2백만명의 서명을 받아낸 '현대제철소하동유치 범도민추진위' (위원장 南基玉 도의회의장) 관계자들도 이날 오전 경남도의회 의장사무실에 모여 그동안 노고에 대해 격려했다.

그러나 남해 지역의 반대는 생각보다 드세다.

현대제철소 건설반대남해군민대책위 (위원장 강대홍) 주관으로 다음달 4일 갈사간척지가 한눈에 보이는 남해군설천면노량리 바닷가에서 4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남해군민궐기대회를 가진 뒤 경남도와 현대그룹을 항의방문하고 전국환경운동연합등 환경단체들과 연대해 조직적인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하동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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