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보고타 ‘자전거 천국’ 비결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제3세계 도시 중 친환경과 자전거라는 키워드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곳이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다. 평탄한 지형을 가진 보고타는 자전거 도로를 구상하기에 적합하다. 기후도 대체로 온화한 편이다. 1990년 처음 나온 자전거 도로 구상도에 따르면 총 길이는 도시 전역은 물론 외곽까지 400km에 달했다. 그러나 사전 답사를 마친 당국은 계획을 곧장 수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에 10km 안팎의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통행량을 조사하고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 특성을 분석을 거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차량단속을 강화하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큰 도로와 연결되는 지역들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량도로를 합리적으로 분배하여 기존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고타의 자전거 도로는 총 210km였다. 시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자전거도로망이 정식으로 구축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8년까지 자출족이 30%이상 증가했다. 효율적인 도로 관리로 인해 교통사고도 크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발 빠르게 받아들인 것은 기업들이다. 도로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도시 사람들로부터 힌트를 얻은 것이다. 정부는 걷기좋은 보도를 계속 만들고 있다. 기업은 친환경적인 쇼핑몰을 만드는 등 시민들의 의식과 발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보고타의 ‘자전거 행정’ 성공사례는 단순한 자전거 도로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나라도 얼마든지 삶의 질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후진국이나 제3세계는 인프라 확충이 먼저였고 의식 향상은 항시 그 다음이었다. 보고타는 그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환경도시를 향한 그들의 열망이 자전거 천국을 만들었다.

보고타 시민들이 자전거도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1982년 시작한 <차 없는 거리>행사가 그것이다. 행사 이름은 ‘사이클로비아(ciclovia)'로 매주 일요일마다 하루 7시간 동안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들에게 도로를 완전히 내주는 행사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행사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고무된 시 당국은 이 행사를 정례화했다. 콜롬비아 국경일에도 이 행사는 거르지 않고 진행된다. 답답한 역사 속에서 살아가느라 저마다 맺힌 것이 많아서였을까. 도로를 개방한 후 도시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320만 명의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행사 도로의 길이는 총 100~150km에 이른다. 상상해보라. 주말마다 약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고.
시 당국은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를 가장 염려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2004년까지 이 행사로 인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시는 2005년부터 아예 성탄절 전야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보고타 사람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긴다. 이 거대한 실험에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 없는 날’ 세계포럼’을 운영하는 프랑스 본부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고타의 도로 정책을 계속 기켜보며 작은 후원을 아끼지 않은 팀이기도 하다. 최근 평가서에 의하면 보고타의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탄탄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보고타는 지금도 ‘자전거 천국’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보고타 시청, 블로그스폿
글/설은영 워크홀릭담당기자 e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