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어진 외환·주식시장-그 파장과 전망…외국인 투자패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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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주식을 외국인은 팔고 내국인은 사고 있다.

9월1일~10월23일의 외국인 누적순매도는 5천5백억원이었고 이중 개인이 4천억원, 기관이 1천5백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2년 증시개방 이후 순매도가 가끔 나타났으나 3개월이상 지속된 것은 95년 상반기 6개월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8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순매도의 총액은 23일 현재 6천5백억원으로 총투자액의 5.1%에 달한다.

연초에 매도가 있었으나 최근의 매도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코네티컷에 자리잡은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서스의 해리 세거맨 사장은 "원화 환율의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연초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거의 없던 동남아지역도 지금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 지적한다.

이는 대부분 외국기관들이 동의하는 대목인데 문제는 한국을 예외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제임스 케이플 서울지점의 이정자이사는 "아시아시장 전체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고 지적한다.

한국이 동남아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제조업 기반을 갖추었고 최근 경상수지도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선 투자자들의 관심밖이라고 말한다.

최근의 매도세엔 한국의 펀더멘틀 (기초능력)에 부정적인 기관들이 가세하고 있다.

고품질 상품의 경우 엔화의 약세로, 저품질 상품은 동남아경제의 파국으로 양쪽에서 조임을 당하고 있다고 본다.

더욱이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한계기업은 문을 닫든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선 투자자들의 관심밖이라고 말한다.

최근의 매도세엔 한국의 펀더멘틀 (기초능력)에 부정적인 기관들이 가세하고 있다.

고품질 상품의 경우 엔화의 약세로, 저품질 상품은 동남아경제의 파국으로 양쪽에서 조임을 당하고 있다고 본다.

더욱이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한계기업은 문을 닫든지 누가 인수하든지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약요인이 너무 많다.

국내및 해외기업에 의한 인수.합병 (M&A) 은 자유롭지 못하고 세금혜택이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가장 큰 두통거리가 될 것으로 본다.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의 이근모 (李根模) 상무는 "외국인들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데서 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지켜보는 투자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도유예협약이나 새로 나온 '협조융자협약' 은 잘못된 정책수단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기아 (起亞) 의 법정관리 방침이 알려진 후에도 이들의 부정적인 태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각 투자지역의 비중을 줄이는 작업은 거의 기계적으로 일어난다.

더구나 시장불안으로 인한 고객의 환매를 대비해야 할 경우 현금비율을 평소 5%에서 30%까지 올리게 된다.

게다가 홍콩시장이 폭락, 한국의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져 그만큼 더 팔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직은 최악을 벗어나지 않았다" 는 것이 외국인의 시각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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