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안양 개인택시운전자 71명 "장애인 무료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화를 주시면 언제라도를 달려갑니다. "

4년째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들을 무료로 태워주는 개인택시 운전자모임이 있다.

평촌신도시를 주 영업구역으로 하고 있는 안양 새마을교통자원봉사회 (회장 李石在.37) 회원들. 이들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옛 만안구청 한켠에 '도움전화' 사무실을 설치해 놓고 지체 부자유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회원 대부분의 생활이 넉넉치 못한데다 '시간은 곧 돈' 과 연결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란 점에서 이들의 봉사는 더욱 값지다.

이들이 자원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94년4월. 평소 가깝게 지내던 회장 李씨등 개인택시기사 11명이 우연한 자리에서 "일주일에 각자 한차례씩 장애인들을 무료로 승차시키자" 는데 의기투합, 실천에 옮겼고 이를 지켜보던 개인택시 기사들이 하나둘씩 동참해 이제 71명으로 불어 났다.

이런 선행이 널리 알려지자 지난해에는 안양시측이 평촌으로 이전해 빈공간으로 남아 있던 옛 만안구청사 한모퉁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힘을 얻은 회원들은 각자 특별회비를 거둬 사무실에 무선기를 설치하고 근무조를 편성,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인에서 중풍환자까지 다양하고 이 가운데 일주일에 한두차례씩 정기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단골환자도 10여명에 이른다.

특히 몸집이 큰데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2~3명의 회원들이 출동해야 하고 때론 몸을 잘못 다뤄 병세가 악화됐다며 생떼를 쓰는 환자도 있다.

회장 李씨는 "3년동안을 매주 금요일마다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호출해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할아버지가 최근 세상을 떠나 회원들이 무척 아쉬워 했다" 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