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인 에어' 주인공은 체코출신 실존인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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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영문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설 가운데 하나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로써 1백50년동안 계속돼온 영문학의 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됐다.

영국 리즈에 사는 전직 영어교사 마거릿 코너여사 (68) 는 2년전 요크셔 퍼드시의 풀넥 모라비아교회에서 자신의 집안 에 관한 자료를 찾던 중 1842년 11월30일 작성된 문서에서 '프란시스 제인 에어' 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프란시스 제인 에어는 오늘날 체코 중부지방인 모라비아 출신으로 풀넥수녀원에서 수녀생활을 했으며, 후에 학교 교사가 됐다가 퍼드시의 외과의사 '메이첼박사' 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당시 규율로는 여성은 교직에 있는 동안은 결혼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었으며, 이 때문에 결혼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소설속에서 제인은 가난한 고아로 자랐지만 강한 자립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 대가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하게 된다.

제인과 로체스터는 결혼을 약속하지만, 결혼 직전 로체스터에게 정신병을 앓는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집을 뛰쳐나가 인도로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꿈속에서 로체스터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게 달려가 보니 큰불이 일어나 부인은 타죽고 로체스터는 장님이 돼 있었다.

제인은 로체스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와 결혼한다.

평소 '제인 에어' 의 열렬한 애독자인 코너여사는 브론테가 프란시스 제인 에어의 얘기를 듣고 이를 소설로 꾸몄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너여사의 이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하는 것은 킬대학교수로 있는 패트릭 윌슨박사의 증언이다.

윌슨박사는 자신의 조상인 매리 릴리가 브론테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엘렌 너시와 가까이 지냈고, 릴리는 프란시스 제인 에어와 사촌간이었기 때문에 브론테가 프란시스 제인 에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제인 에어' 가 실존인물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작품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브론테문학박물관의 마이크 힐관장은 “설혹 '제인 에어' 가 실존인물의 얘기를 그렸다고 해도 탁월한 스토리텔러로서 샬럿 브론테의 문학적 능력은 전혀 손상받지 않을 것” 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런던 = 정우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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