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미국 수입 닭고기 유통…검사대상서 제외 검역않고 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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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부분의 미국산 닭고기가 O - 157균과 비슷한 사망률을 보이는 캄필로박터균 (菌) 이란 식중독균에 오염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식품공전상의 검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균검사없이 통관시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 타임스지는 21일 미국내에서 유통되는 닭고기의 70~90%가 캄필로박터균에 오염된 것으로 판단되며 이로 인해 매년 2백~8백명이 생명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수거한 닭고기의 79%가 캄필로박터균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미국산 닭고기가 지난해 7천7백17t (수입 닭고기의 76%) , 올해 9월말까지 4천8백62t (수입 닭고기의 40%) 이 수입됐으나 캄필로박터균이 올해부터 검역당국의 검사항목에서 빠져 오염여부가 파악되지 않은채 통관되고 있다.

국립동물검역소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이 균이 문제가 돼 미국 닭고기 9백26건을 검사해봤으나 한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며 "설령 검사에서 세균이 나왔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불합격시킬 수 없어 올해부터 검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 인사들은 항생제에 강한 것이 특징인 이 균에 감염된 환자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85년에 발간된 대한미생물학회지는 전체 장염환자의 0.5%가 캄필로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임상병리과 정윤섭 교수는 "지난 79~93년 장염과 설사증세로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 2백86명에게서 이 세균이 검출됐다" 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6년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산 닭고기의 캄필로박터균 오염도가 30~70%였으나 최근 급증한 것은 95년부터 양계장에서 플루오로 퀴놀론계 항생제를 널리 사용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캄필로박터균 = 이 균에 오염된 식품이나 물을 섭취할 경우 2~5일후부터 물같은 설사.혈변.열.복통.하품.두통.근육통등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자연치유되나 치사율이 0.1%수준. 특히 이 세균은 항생제에 잘 견디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즉 닭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고 살균처리된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농림부 관계자는 "플루오로 퀴놀론계 항생제를 국내 양계장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고 밝혔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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