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새물결]증권사 국제영업 본격화…중소형증권사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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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과감히 해외투자에 나서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이미 오래전에 해외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최근들어선 중소형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국제영업은 외국기관투자가에 국내주식을 파는 위탁매매가 주종을 이루었다.

고객이 외국인이라는 사실만 빼면 국내영업과 다른 점이 없었다.

이 분야는 따라서 시장을 선점한 국내대형사들과 외국증권사들의 독무대였다.

국제영업은 영어.일본어로 조사자료를 만들고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설립, 마케팅을 해야 돼 인력과 자본력이 달리는 중소형사로서는 힘겨운 게 사실이었다.

국내기업의 해외자금조달을 주선하는 인수영업도 재벌계열증권사들이 독식하다 보니 중소형사는 인수단에 참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올들어 잇따른 부도사태로 해외증권발행이 줄어들자 그나마 개점휴업상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해외투자다.

물론 국제부를 가진 증권사들은 해외채권이나 주식을 사들였는데 초기의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연히 손해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단순한 주식매매와는 다른 차원이다.

대유증권은 95년에 러시아주식펀드를 만들었다.

6개 금융기관이 1천만달러를 투자한 이 펀드는 6개월만에 수익률이 무려 3백50%나 됐다고 김동관 (金東寬) 국제부장이 말했다. 운용은 홍콩의 리전트투자자문이 맡았지만 이 투자를 위해 김부장은 러시아를 일곱차례 방문, 증권거래소.정부 관계자들을 만났고 해당 기업들도 둘러봤다고 한다.

대유는 이어 러시아채권펀드를 만들었고 96년 11월에는 동유럽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를 설정해 지난 9월말 현재 46.4% (달러기준) 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접 투자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5월말 루마니아.불가리아등 발칸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샀고 불가리아 국채에도 손댔다.

8월에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등 중앙아시아 8개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극동러시아의 투자기회를 살피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올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유의 국제부직원은 불과 10명으로 대형사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김부장은 "중소형사로서 국제인수업무는 사실상 능력밖이고 위탁매매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고 술회했다.

그것도 해외기관투자가와 직접 접촉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여서 주로 비회원사영업에 치중했다.

비회원사영업이란 거래소회원자격이 없는 외국증권사지점로부터 주문을 대신 체결해주고 수수료를 나눠가지는 장사인데 거래소에 가입하는 증권사들이 늘면서 이 주문마저 뜸해져 해외투자로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이다.

서울증권도 뒤늦게 본격적인 해외투자대열에 참여했다.

지난 여름 호주.뉴질랜드의 금융그룹과 케이먼에 설정한 동구채권펀드가 히트해 8천8백만달러라는 엄청난 판매실적을 올렸다.

최근엔 한일증권과 함께 3천만달러 규모의 아이보리코스트.나이지리아.케냐.남아공등 아프리카 4개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 오는 23일 조인식을 갖는다.

부국증권은 가까운 중국으로 진출한 케이스다.

92년 외국인전용주식의 인수자격을 취득했고 93년엔 상해증권거래소 회원이 됐다.

본격적인 현지영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한종 (李漢鍾) 국제팀장은 올해 6건을 포함 총30여개 중국기업의 공모인수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월에는 1천6백만달러규모의 중국전용펀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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