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미소에 관한 책 나란히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부처님이야 깨달음의 세계가 편안하고 즐겁기에 웃는 것이라 치더라도 왜 기왓장의 도깨비도, 나무로 깍아 만든 원앙새도, 민화속의 호랑이도 한결같이 웃고만 있는 것일까. 무서워야할 장승.해태상.귀신상도 모두 미소를 머금고 있고 심지어 말방울도 웃음 띤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같은 부처님이라도 일본의 것은 왜 엄숙하고 사람을 두렵게 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답해주는, 얼굴과 미소에 대한 두권의 특색있는 책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언론인 김대성씨의 '문화유산에 담긴 한국의 미소' (대한교과서 刊) 와 문화연구가 박영수씨의 '상상 속의 얼굴, 얼굴 속의 문화' (을유 문화사 刊) 는 각각 미소와 얼굴에 대해 문화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얼굴과 표정을 보면 한 민족이나 집단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두 책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씨의 '문화유산…' 은 장승.그림.조각.공예 등 60점의 우리 문화유산에 나타난 미소를 살피면서 이를 통해 한국인의 기질과 한국문화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유추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얼굴이 등장하는 모든 문화유산에는 미소가 빠지지 않는다.

무섭다는 도깨비상이 입이 찢어질 듯 파안대소하며 잡귀의 범접을 막는 광화문 앞 해태상도 능청스러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짓고 있다.

그림과 조각으로 만든 원숭이.말.소.닭.심지어 물고기까지도 싱긋 웃고 있다.

상상 속의 존재는 물론 실재하는 동물, 심지어 식물과 말방울같은 무생물까지도 씩 웃는다.

이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문화만의 특질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민족은 한을 즐거움과 소망으로 승화시키는 특이한 기질과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난.가난함.답답함을 극복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네 문화유산 속의 미소에는 한과 기쁨을 동시에 경험해 본 민족만이 지닐 수 있는 인자함과 여유가 넘친다고 파악한다.

이 웃음 속에는 최치원이 말한 풍류지도 (風流之道) 의 국풍 (國風) 이 배어 있으며 홍익 (弘益) 이라는 차원 높은 인간사랑의 민족정신도 담겨있다고 강조한다.

문화유산 속의 웃음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의 정신적 특질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박씨의 '상상 속의…' 는 전세계에 걸친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림.조각 등에 나타난 얼굴의 표현 양식을 가지고 각 문화의 특징을 말하고 있다.

일본의 부처님 표정이 유달리 엄숙한 것은 그들의 권위주의적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든지 성모마리아의 얼굴표현이 문화권에 따라 모성애나 처녀성으로 나뉘어 치중하고 있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백과사전적인 잡학지식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주류문화권은 물론 동남아와 남미 등 지구촌 구석구석의 온갖 얼굴 관련 풍속과 역사, 사례와 사진들을 모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미소와 얼굴을 가지고 문화의 특질을 밝히는 작업은 삶과 생각의 표현양식으로서의 문화를 다루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두권의 책은 얼굴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